‘만화의 신‘이 남긴 최고 걸작으로 많이들 꼽곤 하지만 그보다는 최강의 기서, 최후의 괴작이라 일컫는 편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이만큼 언밸런스한 만화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글동글한 수십 년 전 아동만화 식 인물 그림체와 최신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준수한 배경 사이의 언밸런스, 일본의 고중세 역사를 우직하게 재현해나가는 과거 편들과 [블랙 미러]도 울고 갈 정도의 고약한 상상력이 가득한 미래 편들 사이의 언벨런스,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깊이 있는 주제의식과 지치지 않고 남발하는 개콘 수준 유머들 사이의 언밸런스, 등등.
특히 그림체는 싹 뜯어고치고 싶을 정도다. 인물만 다시 그려넣어도 두 배쯤의 호평은 쉽게 받지 않을까. 하지만 본작을 바탕으로 한 비교적 근래의 애니메이션들이 별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 리메이크 정도는 되어야 할 모양이니 차라리 쟁여두고 가끔씩 빼먹는 곳감 쯤으로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지. 아니, 어쩌면 이미 그래왔던 건지도 모른다. 어디서 들어봤다 싶은 줄거리나 상황이 튀어나와 발표 시기를 확인해보면 본작이 앞서있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괴이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 동글동글한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섬뜩한 행위의 무심하다 여겨질 정도로 담담한 묘사, 한국 만화인가 착각이 들 만큼 버젓이 활개 치는 백제 출신의 주인공,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를 능가할 만큼 절묘하게 이어지고 연결되는 옴니버스식 연작 구조, MCU의 셀레스트리얼에 비견될 정도의 우주적 존재인 불새의 뽀로로급 외모, 그리고 맨끝권으로 붙어있는데 사실은 초기 습작에 가까운 [소녀편]의 본편과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명랑순정스러움까지.
아무래도 본작을 일본 만화 최고 걸작의 포디엄에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주저 없이 내세워도 될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우리의 귀엽고 믿음직한 친구 아톰을 상상하면서 미래 편들을 들췄다가는 어안이 벙벙해질 거라는 점. 본편(1~16권)만 쳐도 길게는 60여년이 된 클래식임에도 이 엇박자 괴이함은 갈수록 날을 바짝 세울 태세다. 작가가 하고 싶은 거 실컷 해본 작품이라는 건 분명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