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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ruce Springsteen - Nebraska
소니뮤직(SonyMusic) / 1982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 사람들의 음악 취향과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미국의 안치환 정도 될텐데, 일단 가사를 알아들어가며 감상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고 음악적 형식은 더할 나위 없는 아메리칸 락이다(라고 쓰고 아름다운 멜러디와는 거리가 멀다고 읽곤 하신다). 그나마 몇 곡 회자되는 게 'The River'와 'Streets of Philadelphia' 정도일 텐데, 보통 때의 그답지 않게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을 주는 잔잔한 곡들이라서일 것이다.
그런데 딱 그런 풍의 곡들만 모아놓은 음반이 하나 있다. 이것, [Nebraska]가 그렇다. 컴필레이션이 아니다. 개인적인 여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지만, 핵심 '비결'은 이 음반이 데모 테잎을 그대로 내놓은 예외적 케이스라는 데 있다. 음반 내내 브루스가 통기타(혹은 가끔가다 일렉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만으로 코러스도 믹싱도 없이 4트랙짜리 간이녹음기로 남겨놓은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락커 중의 하나가 이 순간만큼은 초기 밥 딜런같은 포크 싱어가 된 듯하다.
음반사에서도 녹음상태가 수록곡들의 느낌과 꽤 잘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렸으니 이미 스타였던 그의 신보를 데모 그대로 내놓는 초강수를 두었을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아직도 그의 수많은 음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연쇄살인사건의 현장을 방문하고서 쓴 곡이라는 타이틀 트랙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곡이 딱 'The River'같은 쓸쓸함, 공허감, 허탈함, 외로움, 사색과 번민과 상실의 정서로 가득하다. 찾는 목소리가 이런 류였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