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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사는 귀신 -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ㅣ 시읽는 가족 3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동시를 참 좋아한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마음이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쓴 동시를 읽다보면 그래도 어른냄새가 조금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마트에 사는 귀신>은 참 순수하고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는 듯하여 동시읽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으로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님의 동시와 초대시인들의 동시가 실려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동시는 주로 한선자님의 작품이었다. <마트에 사는 귀신>이나 <단골><창피한 비교>등은 요즘 아이들의 모습, 바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어 유쾌함을 주고 <숟가락>같은 동시는 참 감칠맛이 난다. 우리 주변에 흔한 소재들을 재미있는 시로 표현한 시인의 눈이 참 보배같다. 박방희님의 <기차>나 <참새놀이터>도 참 맑고 동심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와르르 와르르>를 읽으면서 "어, 이런 동시는 나도 쓸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시인께는 죄송하지만 그만큼 쉽고 친근하게 쓰여졌다고 생각해주심 좋겠다. 그 밖에도 이옥용 님의 <컴퓨터 게임>이나 <기도>를 읽을 때는 빙그레 미소가 나왔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쓴 일기장 속의 동시를 읽는 기분을 느끼듯 동심을 잘 표현하셨다. 또한 박영식 님의 <꼬마 동박새>나 <노랑부리저어새>를 읽을 때는 자연의 모습을 아름답게 관찰한 시인처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자연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주었다.
모두 다 아름답고 좋은 동시였지만 만약 나에게 이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동시한 편을 뽑으라면 단연<검은 콩>을 뽑을 것이다. 이 동시집이 너무 좋아서 남편과 드라이브를 갈 때 내가 남편에게 동시를 읽어주었는데, 검은콩을 읽으면서 둘이서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런 동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트에 사는 귀신>은 참 편집도 잘 된 동시집같다. 책의 질감도 부드럽고 표지색상도 좋을 뿐아니라 삽화도 너무 예뻐서 만나는 사람마다 소개하고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얼마전 부끄럽게도 초등학교에서 어머니들에게 <독서지도 특강>을 했는 데 이 동시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더니 너도나도 사겠다고 출판사를 적어달라고 했다.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 뿌듯했다.
- 검은 콩-
한선자
고 작은 몸이 뭐라고
우리 집 식탁 위에 앉아 있다
밭의 고기라고 불리는 넌
도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는 거니?
까맣고 작은 몸뚱이로
고기의 맛을 보여 준다니
내 입이 다 벌어진다
우리 엄마 나더러
몸에 좋은 콩 좀 먹어라,
매일 노래 부르신다
나는 그 콩 골라 내는데
도사가 다 되었다
마침 콩을 만났으니
담판을 져 보자고
뚫어져라 콩을 노려보았다
고 작은 콩도 나를 노려보았다
콩이 내게 말했다
어쩔 건데? 어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