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우정 -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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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이것은 명제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죽는다. 노년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인도, 노년의 삶도 모두 자기와는 동떨어진 현실,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받아들인다. 그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젊으면 젊을수록 더 그렇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살아온 나날을 헤아려 보면 어느새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나 싶은 그런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노년의 삶은 아직 좀 먼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아니 지금의 나이보다 열 살만 더 어렸다면 노년의 삶을 다룬 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뜻밖의 우정>이라는, 삼십대 후반의 젊은이와 노인들의 우정의 기록을 담은 책을 읽게 된 것일까. 나이 든다는 것은 이런저런 것들을 잃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으리라. 상실을 경험하기. 그것도 거듭되는 상실을 겪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으리라. 그런 생각이 요즘 더 강하게 들었던 까닭은 최근에 내 둘째 고양이의 죽음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늙음은 사람의 생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여러 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열 살을 넘긴 녀석들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노라면 고양이의 얼굴에도 몸에도 늙음의 흔적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동작이 느려지고 활동량이 줄어들고, 혼자 있기 싫어하는 습성 등은 사람에게서나 내 늙은 고양이에게서나 똑같이 볼 수 있는 노년의 증거이다. 

내 나이 서른 즈음보다는 노년의 과정에 놓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없던 질병이 생기고 그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진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가 내 둘째 고양이처럼 어느 날 무심히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것. 그것이 모든 생명이, 동물이 마주하는 생의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참 쓸쓸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쓸쓸함과 허무함을 견디기가 싫어 젊은 날에 생을 접어버릴 수도 없으니, 묵묵히 저 노년으로 가는 과정을 나 또한 걸어갈 수밖에는 없겠지, 그런 생각에 이 책을 읽은 것도 같다.

처음에는 유쾌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검도를 배운 여성이 등장한다. 그 여성은 이제 일흔이다. 30여 년 전, 검도장을 찾았을 때만 하더라도 여자가 무슨, 검도를? 얼마나 나오겠어? 무시와 경멸의 시선을 받던 그녀는 예순일곱 살에 검도 6단을 취득했고, 여전히 검도를 하는 대단한 ‘할머니’로 늙어, 존경과 찬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 뒤를 잇는 할머니들의 사연도 유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결성한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에서 새 멤버를 뽑는단다. ‘수니와 칠공주’의 평균 나이는 85세. 새 멤버를 뽑는 이유는 기존 래퍼의 노환으로 인한 죽음 때문이다.... 오디션은 자기소개에 이어 한글 실력을 검증하는 받아쓰기, 랩 따라 하기, 글짓기, 가창력과 춤 실력을 보는 애창곡 부르기와 막춤 추기 등으로 진행된다. 새 멤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정열 할머니는 과연 래퍼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즐겁게 읽어나가다가 세 번째로 소개된 ‘승기’의 사연에서 아, 내 노년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하고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는 대단한 독서가이자 영화광이다. 승기 할아버지는 저자와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기도 한데, 아마도 그 수많은 책과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공감과 소통의 활로를 열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영화로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와 <룸 넥스트 도어>,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꼽는다. 이 작품들은 나 또한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퍼펙트 데이즈>는 좀 더 남다른데, 아마 ‘승기’ 할아버지도 이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에게 깊이 공명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자기만의 정확한 생활 루틴이 있고, 그 루틴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출근해 묵묵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깨끗이 청소한 방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삶.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와 <뜻밖의 우정>의 ‘승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 ‘잠자냥’의 삶은 그렇게 닮아있을 것이다. 



“들판을 보고 문학을 떠올리는 사람은 가난하게 버스를 타고, 여관을 떠올리는 사람은 자가용을 타는구나. 이렇게 사는 게 결국 내 인생이었던 거지. 누구를 원망할 것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는 거야. 다들 자기 삶을 자기대로 사는 것뿐 아니겠냐. 어떤 이는 나보고 청승맞다고 하지. 세상에 남길 거라곤 헌책과 DVD뿐인 내 삶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 삶은 실패한 삶일까...... (p.59)


‘승기’ 할아버지에게는 몇 천 권의 책과 몇백 장의 DVD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자 전 재산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을 바라보면서 문학을 떠올리던 이 애서가는 들판을 바라보면서 문학을 떠올리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은 가난하게 살았노라 말한다. 똑같은 빈 들판을 바라보면서도 거기에 여관을 지을 생각을 했던 친구는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 부자 친구가 늙고 나니 하루하루가 너무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반면 승기는 바쁘다. 영화도 보러 가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하루하루가 알차다. “여전히 읽을 책이 많이 남았다는 게 사는 기쁨”(p.57)이라 말하는 승기 할아버지의 그 심정을, 삶을, 나는 안다. 나 또한 일흔쯤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직도 읽을 책이, 들을 음반이, 영화가 내 앞에 이렇게 쌓였는데 하루가 너무 짧구나. 인생이 너무 휙휙 지나가는구나 한탄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 역시 지금의 나이에도 전 재산이랄 것이 가득 쌓여있는 책과 음반뿐인데 앞으로라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어 내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닌가, 회의감에 울적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 성정상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박봉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 직업을 은퇴할 때까지는 할 것 같고, 그 이후에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나날을 보내지 않을까. 집사2는 은퇴하면, 아니 지금이라도 너만의 출판사를 차려서 만들고 싶은 책을 세상에 내놓으라고 북돋는데 그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나는 그냥 원 없이 읽는 게 좋다. 이렇게 말하면 그런 내 삶도 존중해준다. 한 15년 후면 고양이들도 우리 곁을 다 떠나서 돌볼 존재가 사라질 텐데 그때쯤엔 정말 나 자신을 더 돌보는 삶을 살게 되려나. 일흔에도 검도를 하는 할머니처럼, 여든에도 래퍼를 꿈꾸는 할머니처럼 그 나이쯤에도 테니스를 치고 좋아하는 밴드 공연장은 찾아가서 즐기고 싶다는 바람은 가져본다. 


선생님은 내게 삶을 긍정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그가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영화를 보며 깨닫게 된 사실 하나, 좋은 이야기는 결국 삶에서 희망을 보게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는 삶의 고비마다, 슬픔과 좌절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울게  했던 좋은 이야기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면 믿을 수 있었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삶은 결국 희미한 빛을 보여주리라. 내가 희망을 보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는 내게 당부하듯 말했다. 너도 좋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라. 그런 다음 좋은 이야기를 쓰거라. (p.61)


<뜻밖의 우정>에는 이렇게 저마다 개별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다양한 노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삶을 마주하며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곰곰 생각해보기도 하고, 늙음이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로구나,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싶어서 오늘의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통화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그렇게 느릿느릿 움직이지? 그들은 왜 그렇게 대중교통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 몸을 기둥처럼 붙잡는 것일까? 그들은 왜 깔끔하지 못할까? 차가운 시선을 던지던 내게 아프고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일들은 생명을 지니고 늙어가는 모든 존재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피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 책에는 ‘북새’라는 말이 나온다. 저자 또한 할머니들에게 익힌 말이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 뉘엿뉘엿 어두워지는 때, 노을빛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갈 때. 그 시간을 북새라고 한다. 인간의 삶에서 노년을 북새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간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그 북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뜻밖의 우정>은 가만히 돌아보게 한다. 승기 할아버지의 조언처럼 좋은 이야기 속에 살고, 그리하여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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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09-25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새 처음 듣는 말인데, 저 시간을 북새 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군요.
저는 요즘 수영장 다니면서 20년, 30년 다니셨다는 어르신들을 종종 봐요 70대신데 대회도 나가시고요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독서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면서 사는 삶이 행복한거 같아요😄

잠자냥 2025-09-26 09:5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북새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는데, 표준어는 아닌 것 같고 사투리인 것 같아요(‘노을’의 방언이라고 나오네요). 책에서도 북새라는 말을 설명할 때 할머니들이 “여기서는 그걸 북새라고 한다.”하시거든요. 주로 전라-충청 지역에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망고 님은 일흔 넘어서도 수영! (근데 벌써 날 춥다고 안 가시면 어쩌려고... :p)

다락방 2025-09-25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이 글이 좋은 이야기 이네요. 이렇게 좋은 이야기 하나 더 남기셨어요. 저는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읽고 저 역시도 좋은 이야기를 남겨야겠다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5-09-26 09:57   좋아요 1 | URL
다락방의 좋은 이야기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어 교사가 되고 앤드류와 진한....(?) 사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26 11:40   좋아요 0 | URL
👏🎉🎊🥳😘

독서괭 2025-09-25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허억 둘째가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아아…. 뒤늦게나마 자냥님 토닥토닥..
북새라는 단어가 있군요. 북새통밖에 몰랐는데.. 뭔가 관계가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5-09-26 01:22   좋아요 1 | URL
잠사모 회장님
조용히 사퇴하신 건 아니시죠? ㅎㅎ

독서괭 2025-09-26 08:44   좋아요 1 | URL
사임당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ㅎㅎ 심기일전 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5-09-26 09:57   좋아요 1 | URL
괭! 사임당하기는 개뿔.... “독서괭 한 번도 잠사모 회장인 적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독서괭 2025-09-26 13:27   좋아요 0 | URL
엥??? 이건 또 무슨 말 😱

잠자냥 2025-09-26 14:05   좋아요 1 | URL
아니 무슨 회장이 최애(엥??)의 둘째 고양이 소식을 2주 가까이 몰라요?!
(이 책에서도 할머니들이 자기 최애(임영웅/장민호 등) 얼마나 지극히 아끼시던지....좀 읽고 배워봐.

독서괭 2025-09-26 14:16   좋아요 0 | URL
용서한다매…. 🥺

구단씨 2025-09-25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책 읽고 있어요.
작가의 전작이 마음에 많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책은 뭐랄까. 현실적으로 더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곧 마주할 어느 시기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책 읽어가면서, 영화 한 편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는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은데 말입니다.

잠자냥 2025-09-26 09:58   좋아요 0 | URL
오! 이 책 읽고 계시는군요. 작가의 전작도 마음에 남았다는 말씀 이해가 가네요.
저 또한 작가의 전작도 궁금해지더라고요.
구단씨 님의 감상도 궁금해집니다.
알라딘 서재에선 책과 함께 늙어가실 분들 많을 것 같아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5-09-2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의 명제는 사실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할 것 같아요.
점점 현실이 되니까요.
승기의 인생 영화 셋
저도 너무 좋게 봐서 반갑고
독서광, 역시 저도 죽을때까지~~
그냥 이대로 살다가
아프지 말고 한 날 웃으며 죽으면 좋겠습니다^^

잠자냥 2025-09-26 09:58   좋아요 1 | URL
그렇죠. 첫 문장 명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해요. ㅎㅎ
페넬로페 님도 그 영화들 좋게 보셨군요!
역시 좋은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 좋은 책처럼 말이에요.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건강하게, 아니 덜 아프면서 그렇게 늙어가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25-09-25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들판을 보고 문학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요. 들판을 보고 여관을 떠올렸다 했을 때, 순간 이해가 안 되었던 ㅎㅎ
일흔이 되어도 읽고 싶은 책이 남아있을 거라서 덜 심심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합니다. 그 때도 잠자냥님의 페이퍼가 나의 ‘읽고 싶어요‘가 될 것이며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26 09: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빈 들판에 숙박업소 차릴 생각하는 분들 알라딘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다...... 다락방은 음식점을 꿈꾸려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흔에도 책을 읽고 알라딘에 페이퍼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갰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5-09-26 11:27   좋아요 0 | URL
저도 여관하고 무슨 상관이지? 했다거 나중에 글에 언급되어서 아 돈벌이 여관이구나, 했습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5-09-26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점점 드니까 뭔가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죽을 때 다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남은 사람이 정리하기도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진짜 책정리 못했는데, 책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더디지만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책도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겠죠? 그리고 정신과 인품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쉽지 않네요. 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듯 합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삶은 한 번뿐이고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이 책을 읽은 잠자냥 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책도 보고 싶어요. 나에게 올 북새의 시간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여전히 서재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둘째가 고양이별로 갔나요? 저는 작년에 셋째였던 첫째가 떠나서 엄청 슬펐는데 잠자냥 님도 많이 슬프시겠습니다. 저는 한동안 미친 사람처럼 울고 그랬어요ㅠㅠ 이별할 줄 알고 있지만 늘 이별은 슬프네요.ㅠㅠ

잠자냥 2025-09-26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엔 음반 사는 건 자제하고 있어요. 집에 있는 것만 돌려들어도 죽기 전에 다 듣지 못해! 이러면서요. 그런데도 책 사는 건 자제가 안 되네요. ㅋ 이것도 언젠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은 꼭 읽어보세요. 운동 좋아하는 꼬마요정 님은 더 공감하면서 읽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ㅎㅎ

아 저런 꼬마요정 님도 작년에 힘든 일이 있었군요. 셋째였던 첫째라니 더 슬펐을 거 같아요. 얼마나 정이 들었겠어요.... ㅠㅠ 전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겠냐 싶었는데 둘째 보내면서 운 것처럼 울었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엄마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울지는 않을 것 같은;;;;; (엄마 미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둘째 보내고 나서 알라딘에서 냥이들 키우는 분들 많이 생각했어요. 꼬마요정님네도 자식이 참 많은데;;; 그 애들 보낼 때 얼마나 슬플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또 겪을 일들이니까, 그럼에도 녀석들이 주는 웃음과 행복의 크기가 너무나 크니까 마음을 강하게 먹고 잘 버텨봅시다!
 
뜻밖의 우정 -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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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죽음을 향해 가는 노년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끝까지 살아가는 날들’을 보내며 북새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이들과 뜻밖의 우정을 나누고 그 마음들을 진심을 담은 글로 남긴 저자의 시선도 모두 아름답다. 나는 내 북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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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24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랑 보내자....뭔 시간이든.........

잠자냥 2025-09-24 09: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이 책 뜻밖에 좋아서 조만간 리뷰 쓸 거 같은데, 다락방 님도 한번 읽어보세요. 대단한 할머니들 많이 나오세요. 첫 장부터 마흔에 검도 시작해서 30년 동안 검도하고 계신 할머니 나오심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5-09-24 10:18   좋아요 1 | URL
어머나 진짜 멋진 할머니!! 저도 그렇게 쭈욱 운동하고 싶으네요^^

잠자냥 2025-09-24 10:19   좋아요 1 | URL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그렇게 테니스를 치고 싶습니다.
그분 검도하시는 거 직접 보면 정말 멋있을 거 같아요.
꼬마요정님도 그때까지 쭈욱!

독서괭 2025-09-24 21:29   좋아요 0 | URL
검도라니! 넘나 멋지군요!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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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기가 관계의 기본이 된 시대에 돈으로 살 수 없으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위인 ‘증여’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비트겐슈타인, 마르크스, 주기율표, 홈즈 등을 엮어 설명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인간은 결국 무언가를 받아 전달하는 존재라는, 이 세계 구성원으로서의 도리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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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9-2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상대의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그대의 사랑이 사랑으로서 상대의 사랑을 산출하지 못한다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삶의 발현을 통해 그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

마르크스의 말을 ‘증여’로 바꿔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증여는, 증여를 만들지 못하면 무력한 것이 된다.’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 필로소픽, 2024, 202면.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에서 재인용, pp.33~34)

교양이란 오배송을 깨닫는 것
단적으로 말해서 교양이란, 오배송을 깨닫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교양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내가 받아들인 지식과 견문 자체가 증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지식과 견문에 기초해 세계를 바라보며 이 세계에 얼마나 증여가 가득한지 깨달은 사람이야말로 교양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교양인은 증여의 전달자가 되어 타인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사명을 짊어질 수 있습니다. 사명감이라는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p.269)

건수하 2025-09-25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책 읽은 경험을 증여해주셔서 참 좋습니다.

(라고 <한국의 능력주의> 읽으시라고 얘기하자마자 씁니다)

잠자냥 2025-09-25 13:48   좋아요 1 | URL
🤣🤣🤣
 
액스 -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 원작소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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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느냐 빼앗기느냐! 먹고살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버리는 어느 중년 남자의 희비극. 대량해고와 실업 문제가 극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에서 일자리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삶과 다를 바 없어 참 씁쓸하다. 박찬욱이 영화로 어떻게 그려낼지 더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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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21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오래전에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중에 박찬욱이 영화로 만든다 해서 오오 궁금하다 했거든요? 그런데 주연이 이병헌이라서.. 좀 김새버렸어요. (이병헌 싫어하는 1인)

잠자냥 2025-09-22 11:1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구판의 구판에서 다락방 님이 이 책 읽고 남긴 글 읽었어요.
그리고 이병헌이 나와서 다락방은 안 보겠구먼...하고 생각. ㅋㅋㅋ

페넬로페 2025-09-25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셨어요?
갈지 말지 고민입니다^^

잠자냥 2025-09-25 13:49   좋아요 1 | URL
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제 동생이 어제 봤다는데, 잔인하다고 하더라고요…. 잔인할 거 같습니다. 원작도 그렇거든요.😹

그레이스 2025-09-25 13:58   좋아요 1 | URL
박찬욱 영화가 그렇지만,,, 이번에는 더 호불호가 갈리고, 불호가 더 많은듯 합니다.

페넬로페 2025-09-25 14:06   좋아요 2 | URL
완전 호불호가 있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일단 예매했어요 ㅎㅎ
 
전쟁과 평화 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8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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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톨스토이다운, 톨스토이식의 4편. 설교하듯 교훈을 남기려는 톨스토이. 플라톤 관련 일화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 기나긴 에필로그는 사족이지 않나 싶다. 특히 에필로그 2부의 장광설은 좀... 제가 당신 전문 편집자였다면 빼자고 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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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9-19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에필로그 읽다가 사리 생길 거 같아서 집어 던졌습니다.

잠자냥 2025-09-19 1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공감합니다.
펜을 빼앗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9-1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너무 싫어합니다. ㅋㅋ 그니까 전쟁과 평화는 에필로그는 빼고 읽는거군요. ㅎㅎ

잠자냥 2025-09-19 12:26   좋아요 1 | URL
톨스토이는..... 저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크로이체르 소나타>처럼 짧은 작품일수록 좋네요; ㅋㅋㅋ
<전쟁과 평화>는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근데 이 숙제 하실 땐 에필로그는 안 읽으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특히 에필로그 2부는 폴스타프 님처럼 읽다가 포기하고 던져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사실 1부도 사족 같긴 해요....독자 몫의 상상의 여지를 설교대마왕 톨스토이가 마구 제한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로 읽었는데 제가 남긴 평 찾아보니 저도 에필로그 1,2 는 사족으로 느껴진다고 썼네요. ㅋㅋㅋ 에필로그 사족으로 대동단결했네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19 12:36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ㅋㅋㅋ 민음으로 읽었군요. 전에 다락방 님이 이거 다 읽고 분명 리뷰 남겼는데... 읽어보려 했으나 못 찾았음. 민음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아 징짜 톨스토이 부인이 톨스토이가 에필로그 쓸 때 펜 빼앗았어야 했다니까요. ㅋㅋㅋㅋㅋ
전 본편 다 끝나고 나서 에필로그로 등장인물들이 그 후로 어떻게 살았다~~ 이런 거 좀 별로.. ㅋㅋㅋ
나타샤도 너무.... 애만 낳는 암컷 되고 제기랄ㅋㅋㅋㅋㅋ(그 시절이라 그래 그렇게썼겠지만...)

다락방 2025-09-19 12:47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걸로 읽은 줄 알고 뭐라고 썼나 찾아봤는데 없어가지고 ㅋㅋ 아 민음으로 읽었나? 하고 다시 찾아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5-09-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독서괭 2025-09-2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을 만났어야 책이 좀더 많이 읽혔을텐데 ㅉㅉ

잠자냥 2025-09-26 10:01   좋아요 1 | URL
흥! 가짜 회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9-26 13:31   좋아요 0 | URL
잠사모 회장 사칭 독서괭. 잠자냥이 퀴즈대회 열어주지 않자 태업으로 불만 표시.. ㅋㅋㅋ

잠자냥 2025-09-26 14:08   좋아요 0 | URL
퀴즈대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