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활동을 활발하게 한 지 올해가 3년째인가.


예전에는 알라딘에 서재라는 공간이 있는지도, 이렇게 활발하게 운영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서재 활동을 좀 하다보니 몇 가지 루틴이랄까 특정한 패턴이 보인다. 어떤 책이 한꺼번에 리뷰나 페이퍼에 등장하는 일이 잦을 때가 있다. 클릭해서 읽어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라 리뷰가 쏟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 책을 출판사로부터 증정받고 리뷰를 올려야 하는 기간의 마감일이 다가왔거나, 이따금 열리는 리뷰 대회 마감일이 가까워져서 그런 경우도 많았다.


또 한 가지는 알라디너의 선택에 올라가는 글은 보통 글의 '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신간'을 소개했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나조차도 그다지 잘 쓰지 않은, 아니 글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데, 그저 단순히 신간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알라디너의 선택에 올라간 적이 몇 번 있다. 예를 들어 레이 브래드버리 <멜랑콜리의 묘약> 책 표지 구리다고 쓴 글이나, <수용소군도세트> 관련 글 같은 것들 말이다. '알라디너'가 아니라 '알라딘'의 선택인 것이다.


아주 최근에도 바쇼의 하이쿠가 좋다고 글을 썼는데, 그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으로 올라가면서는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표지가 대표 이미지로 올라가서 읭? 뭔 짓이야! 생각했던 일도 있다. 주객전도된 느낌이었달까. 아마 그 책이 요즘 밀어주는 신간이라서 그랬으리라.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예스24에서 리뷰 대회를 하고 있다. 맨부커상 수상작인데다가 리뷰 대회도 있어서 겸사겸사 읽어보고 있는데,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쟁문학 특유의 한계가 보인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겸비하고 전장에서 일어날 법한 극한 상황의 묘사 이런 것들이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이제 80쪽 남짓 남았는데, 별 다섯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그의 다른 작품 <굴드의 물고기 책>이 더 흥미로워 보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내가 읽은 책 가운데 정말 좋은 작품을 알려주고 싶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끔 나조차도 주객전도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리뷰 대회 적립금 욕심에 그냥 그랬던 책을 좋다고 쓴 건 아닌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다행스럽게도 정말 아닌 책에 도저히 과한 칭찬을 한다거나 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럼에도 그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진실된 리뷰를 쓰자고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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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2-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처드 플래니건의 책 중에
<먼 북>보다 <굴드의 물고기 책>이 더 재밌더군요.

리뷰 대회 때문이라기 보다 궁금해서 사서 보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리뷰 대회라고 하니... ㅋㅋ

뭐 그런 거죠.

잠자냥 2018-02-09 13:49   좋아요 0 | URL
네 관심 있는 책인데 리뷰 대회까지 있으면 그때 맞춰서 읽게 되기는 해요. 어차피 쓸 리뷰니까? 근데 아무리 리뷰 대회가 열려도 안 읽어보고 싶은 책은 패스하게 되더군요. 지금 알라딘에서 하는 몇몇 리뷰대회가 저는 책이 그다지 안 땡겨서 넘기는 경우입니다. 리처드 플래너건은 <굴드의 물고기 책>까지는 읽어볼 것 같아요.

다락방 2018-02-09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선택에 올라가는 글은 최근 3개월이내 신간서적에 추천수 3이상이면 자동적으로 올라갈겁니다. 표지는 그 중 신간으로 올라가게 되고요. 화제의 서재글은 추천수5 이상의 글이어야 하고요. 그게 무슨 시스템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제가 그 책이 안좋으면 그냥 까더라고요? 그러면... 출판사는....... 저한테 뭘한걸까...싶어서 그냥 그 뒤로는 자유롭게 까기 위해 책 안받고 그냥 제가 제 돈 내고 책 사서 읽고 까요. 아 물론 까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바쇼의 하이쿠 그 글은, 저도 기억하는데, 좋아서 추천하고, 거기서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을 장바구니에 넣게 된 것입니다. 후훗.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잠자냥 2018-02-09 16:37   좋아요 0 | URL
오 역시 다락방 님은 시스템까지 꿰고 있는 분이었군요! ㅋㅋ

깔 책은 까야죠. 그런데 다락방 님 서재에 까이는 글 올라오면 출판사에서 타격이 좀 있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읽으신 뒤 감상평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이 책에서 좀 까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ㅋㅋㅋ 그걸 다락방님도 까실지... 궁금해서리... ㅋㅋㅋ)

any.thing 2018-02-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굴드의 물고기 책> 재밌게 읽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 궁금했는데....댓글에 재밌게 읽으신 분이 계시다니 반갑네요 :)

잠자냥 2018-02-09 17: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책이 더 흥미로워 보이더라고요. 또 재밌다고 하시니 더 궁금하네요.
<먼 북> 읽고 나서 한동안 다른 책 좀 보다가 <굴드> 읽어봐야겠습니다.

cyrus 2018-02-09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의 선택’에 공개되는 글 대부분은 이런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 2권 이상 나열.
* 신간도서에 대한 내용은 본인이 스스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알라딘 책 소개’ 복붙.
* 책 내용보다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음.

사실 저는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요’를 안 누를 수가 없어요. 알라딘 입장에서는 이런 글이 많이 노출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면 ‘알라디너의 선택’에 있는 글을 보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거든요. 저는 ‘알라디너의 선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고 쓴 리뷰가 아닌 책을 안 읽고 신간도서를 대충 소개한 ‘페이퍼’가 자주 노출되니까 ‘페이퍼’를 쓴 알라니더는 ‘땡스 투 적립금’을 많이 받는 데 유리해요. 신간도서를 제대로 소개하려면 직접 그 책을 주문해서 읽고 써야합니다.

잠자냥 2018-02-09 18:02   좋아요 1 | URL
역시 알라딘 서재 분석가(?) 다운 글입니다. ㅎㅎ
저도 cyrus 님 의견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읽지도 않은 책 100자평 테러도 좀 그렇더라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