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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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수'를 중심으로 친구와 연인의 이름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오은수, 그리고 그녀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미녀삼총사에 있다. 겉으로는 쿨~ 한 척 하는 그녀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오은수는 '연애 → 결혼'으로 이어지는 공식을 깨고 싶은 마음과 남들 하는 것처럼 평범한 길을 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하지만 그 줄타기는 위태롭다.

서른, 서른 한살, 서른 두살...

시간이 지날수록, 젊음이 소진된다고 느낄수록 그 마음은 점점 제도권으로 기운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조바심을 느낀다. 결혼이 밀린 숙제는 분명 아닐 텐데, 숙제를 끝마치지 못한 채 개학을 맞이하는 심정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조화를 따졌을 때 그 완벽한 정도란 동성보다는 이성이 더 이질감이 큰 법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만큼 이성은 많은 다름이 존재한다.

 

누구든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꽃띠였던 오은수는 만나는 남자마다 발견되는 결점을 핑계로 꽤 여러 명을 옛날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씩, 둘씩 떠나 보낸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남아있는 남자는 없고, 완벽에 가까운 새로운 상대를 만날 확률은 자꾸 떨어진다. 더 이상 상큼하고 풋풋함이 매력이 아닌 나이가 되어 있었다.

 

마음이 점점 급해지고 자주 상념에 잠긴다.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봐줄 만하다고 생각될 단점이라면 그냥 참는 걸로 자신과의 합의에 이른다.

그런 마음의 평정을 찾은 시점에, 이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은 남자 "김영수"가 나타난다. 옛날 원칙을 들이밀자면 그의 단점은 볼 수록 두근두근 설레고, 만날수록 기쁨이 마구 샘 솟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데이트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을 상대다. 하지만 직업도 튼튼하고 성격도 원만하고 보면 볼수록 편한 남자다.

남자라면 결혼해서 함께 살아도 괜찮겠다는 판단으로 한 걸음 먼저 다가서는데...

 

과연, 그들의 미래는 어떤 빛일까?

 

가벼운 문체가 책장 넘기는 손을 즐겁게 했고, 충분히 이해되는 사고와 행동에 여러번 고개 끄덕였다. 머리로는 순수를 택하지만, 실제로는 속물 쪽에 가까운 현실을 택한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있다. 속물과 순수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면서 오은수 뿐 아니라 독자도 함께 고민한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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