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돈노우잭 - 할인판
배리 레빈슨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죽음의 의사'로 불리우는 잭.

의사는 의사이나 타인의 자살을 돕는 의사다. 안락사에 관여하는 의사다.

숨쉬는 것 조차 고통스러운 환자들, 불치병 판정을 받고 오랜 투병생활을 해온, 살아도 사는게 아닌 환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사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살은 범죄는 아니니까. 부모에게 죄를 짓는 다는 측면은 논외로 하기로 하고, 법률적인 것만 따진다면 말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이의 죽음을 돕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살인이나 타살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으로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면 살인은 성립 되지 않는다.  잭은 고통스러운 환자들에게 특별하게 만든 기계장치로 죽음을 돕는다.  환자 스스로 줄 하나를 잡아당기게 함으로써 자신을 편안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기계장치를 만들어냈다. 독극물 또는 치사량의 가스가 새어 나오게 만들어진 장치로 그들의 자살을 돕고 있다.

 

물론 죽기를 희망하는 환자들에게만 이 장치를 사용한다.  실제로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으로 시작하는 숫자는 130까지도 늘어난다. 잭의 도움을 받아 사망에 이른 사람이 130명 이라는 얘기다.  종교단체에서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논리를 들며 잭을 '살인자' 라고도 부르고 '악마' 라고도 부른다.  그의 집앞에서 피켓을 들고 소리치며 농성하고 그의 차를 가로막으며 시술을 못하게 방해한다.

 

반면 그를 찾는 사람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잭은 시술을 최종 결정하기전에 환자와 환자 가족들과 일일이 인터뷰를 한다.  그 모든 인터뷰들은 녹화되어 기록으로 남겨진다. 그를 찾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수년간의 고통속에서 살면서 완치라는 희망없이 죽음을 그저 연장하는 사람들이었다.  극심한 고통까지 이어지는 경우엔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어서 이 고통이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크다.  환자를 간호하고 가까이서 지켜보는 가족들 마음은 하루라도 더 곁에 있어주길 바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어 환자를 위해 울면서 동의한다. 그런 장면들이 인터뷰에 고스란히 담긴다. 어떤 가식이나 설정없이 생생한 현장의 느낌이 그대로 들어있다. 

 

[안락사를 돕는 의사] 라는 문장만으로 issue를 받아들인다면 잭을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처음엔 왜 저런 일을 일부러 찾아 다니는지 의문이었다. 사람들의 경멸의 시선을 받으며, 욕 먹는 짓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다.  혹시 "유명해 지고 싶다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영화 후반부에 잭이 겪은 아픔이 나오는데, 그의 이런 힘든 행보는 어렷을적에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원하는, 그것도 간절히 원하는 인터뷰들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잭이 옳은 일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케이스의 환자는 두번, 세번 생각해도 잭의 판단이 옮은 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국가나 종교단체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법적으로 정당한 일이라고 제도화 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무리가 따른다.  그 안건이 법제화가 되기까지의 많은 시간을 고통속에서 피 말리고 있을 환자들은 어떻게 할까.  또 그 곁에서 지켜보며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가슴을 쥐어 뜯으며 피눈물을 흘려야 할까.  마냥 기다리기엔 그 고통의 무게가 너무 크다.

 

시한부로 판정받고 매 순간 극심한 고통으로 사는 환자들에게 어떤게 옳은 결론일지...?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으며, 그저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이 영화를 통해 진지하게 그런 생각들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법이나 제도적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속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제도든지 예외는 반드시 있게 마련인데, 그 예외마저도 완벽하게 인간의 통제하에 존재시키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욕심이 아닐까.

 

[안락사]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점. 그 점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악용하거나 잘못된 판단이 개입되면 물론 엄중하게 다스려야 하겠지만,

정작 꼭 필요한 이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천사의 손길이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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