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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보통 몸이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미움과 분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아파 심각하게 문제가 됐을때 가던 길을 멈춘다.
멈추고 상처 난 곳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치료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병원을 찾거나, 아픈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몸과 마음이 이상신호를 보내기 전에, 사전에 미리 예방하라고 충고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미리 나를 들여다 보고, 조이고 닦고 기름칠 하라고 얘기한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멈춰서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설득한다.
1. 휴식의 장
2. 관계의 장
3. 미래의 장
4. 인생의 장
5. 사랑의 장
6. 수행의 장
7. 열정의 장
8. 종교의 장
총 8개로 분리시켜 각 제목에 맞는 얘기들이 잠언집 처럼, 명언처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되어있다.
스님이나 목사들이 저자로 된 에세이를 종종 읽었는데, 공통적인 느낌이 있다.
종교적으로 수행의 길을 걷고,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이들의 문장이 때로는 일반인들의 생각이나 현실에는 조금 안 맞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직접 실천하기에는 왠지 손해 보는 것 같고 바보 취급 받을 것 같은 느낌말이다.
가려운 곳이 있으면 한바탕 시원하게 긁어야 후련하고 살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고, 나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면, 응당 그에 맞서서 조목조목 따지고 정면대응 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있다. 잘못된 견해를 바로 잡으며 '당신이 틀렸다!' 라고 목소리 높이며 필요에 따라 상대방의 사과까지 받아내야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이 든다. 그 정도의 처신은 해야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말라고 설득한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더라도 먼저 고개 숙이고 들어주라고 한다. 지는게 이기는 거라는 말을 기억하라고 얘기한다. 서로 최선을 다해 감정을 소모하고 다신 안 볼 것처럼 싸우는 것보다 한발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책을 읽을때는 저자의 말투에 "맞아, 맞아!" 공감하며 머리속에 열심히 저장 한다. 한 페이지씩 음미하며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스님의 마음이 되어있곤 한다. 하지만, 책을 덮고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책 속 내용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별도로 훈련을 해야 하는 걸까! 책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할까!
이 책 역시 읽으면서 밑줄 긋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사소한 갈등부터 큰 어긋남까지 실제사례를 들어 설명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현실에 대입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휴식을,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를 느끼는 이들에게는 적잖은 위로를,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사랑을 이루고 싶은 이들에게도 충분한 지혜를 줄 만한 책이다.
토닥토닥 어깨 두드려주는 느낌도 있고, 넓은 품에 안긴 따뜻함도 있다.
그런 것들이 필요한 분께는 틀림없이 좋은 위로가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