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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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을 꽤 읽었다. 하나같이 묵직한 울림과 깊은 사색을 주는 책이 많았다.

이 책을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이 소설은 가볍게 마음을 터치하는...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장편으로만 만나다가 이렇게 짧은 소설로 만나니 신선했다.

 

독자들은 종종 저자에게 얘기 하곤 한단다. 즐거운 이야기를 쓸 계획은 없느냐고 대놓고 물으면서 그녀의 작품들이 주는 가라앉은 분위기에 대해 작은 투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녀 자신도 유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그도 아니면 고객만족을 위한 행보인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자신의 소설도 충분히 즐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보여준다. 상큼한 유머처럼 가벼운 미소가 번지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이렇게 증명해 보였다.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농담같은 이야기도 있는 스물 여섯편의 짦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어느 밤 산책길에 만난 '달'이 평소와는 달리 보였고, 그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제목을 정했다고 했다.  매일같이 밤 하늘에 출근도장 찍는 '달'에게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26편의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지만, 특별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두 가지만 꼽아 보겠다.

 

제 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딸의 집으로 향하는 노인을 보며, 같은 처지의 또다른 할머니가 "제발 우리 이러구 살지 맙시다!" 하며 화를 내며 말을 건넨다. 자식한테조차 폐 끼치는거 아닌가 예의차리며 사는 늙은 부모들의 희생적인 삶을 신세 한탄처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한다. 화도 냈다가, 하소연도 했다가, 서로 위로도 하다가... 머리를 맞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보는 할머니를 나무라던 또 다른 할머니 역시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또 다른 엄마일 뿐이었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도 저럴 것이라 생각하니 화가나는 모양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할머니를 보자 한편으로 짠~ 하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허탈한 한숨을 지으며 씩씩거리기도 하고, 끝내는 눈가에 촉촉히 물기가 맺히는 두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생각이 좀 깊어졌었다.

 

스물여섯번째 마지막 이야기인 귀여운 할머니들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들 대화를 보면서 푸하하~ 하며 나도 함께 빵 터졌다. 아픈이를 발치하러 간 치과에서 처음보는 할머니들의 대화에 진료를 받다가 빵 터져버린 화자이야기가 정말 재밌었다.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대화가 마치 개그프로를 보는 것 같았다. 풉... 다시 생각해도 웃음난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시죠?  헤헤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장편에 비해, 짬짬이 읽어도 되는 짧은 이야기여서 부담이 덜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지만, 꽃 피는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릴 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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