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모든 것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글쓴이 자신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글 속에 녹아들 수 밖에 없는데,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여서 책으로 묶으면서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고스란히 나오기 때문이다. 공개하지 않아도 될 흠집을 다시 들춰 내고, 곪은 상처를 건드려서 가족들에게 새로운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엄마를 보면서 어떤 힘듦이 있어서 자살까지 감행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었다. 엄마의 일생을 거꾸로 되짚으면서 자살 이유를 찾아 과거를 조사하고 그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또 작가 자신이 '엄마'이야기가 아니면 다른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의 형제자매와 친구들, 가족들에게서 엄마와의 관계를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엄마의 일생을 더듬어 간다.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주로 담았다. 엄마를 포함해 9명이나 되는 많 형제를 가졌지만, 하나의 사건을 놓고  때 형제들의 기억이 서로 달라 이야기를 끼워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에서 먼 과거로 갈 수록 기억은 더 희미하다. 또,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야기는 서로 달라지기도 한다. 아귀가 안 맞는 사건들이 조각 조각 짝이 맞지 않는 퍼즐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1부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매끄럽다. 작가의 능력이 빛을 발한 단락이겠다.

 

 

잡지와 매스컴에 나오는 어린이 모델을 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난 엄마 '뤼실'은 어린아이였을 때도 여느 아이들처럼 발랄하고 수다스런 아이는 아니었다. 많은 형제들 틈에서 함께 어울리기 보다는 홀로 떨어져서 고독을 즐기는 편을 택했다.

 

2부로 넘어 오면서 엄마가 겪은 고통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혼, 정신이상증세, 형제의 죽음, 조울증 그리고 암과의 싸움 등이 복합적인 고통을 준다.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친아버지가 어린 자신을 강간했다고 고백하는 엄마 뤼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엄마의 고통은 아주 오래 전부터 치유되지 않은 채 계속 따라다녔던 셈이다.

 

소설 초반에는 형제들의 증언에 의존해서 그들의 눈에 비친 엄마였다면, 중반을 넘기면서는 딸이 바라보는 엄마가 묘사된다. 후반부에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엄마를 가까이 지켜보며 보살피는 딸에게서 단함 느껴진다. 뤼실의 두 딸도 결혼해서 각자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데, 든든한 친정엄마이기 보다는 골치 아픈 짐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엄마지만, 근심과 걱정을 주는 엄마였다.

 

생전에 딸들에게 고단한 엄마였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죽음 에는 늘 후회 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하고, 따뜻하게 안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두 딸을 괴롭힌다.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고치는 방법 중에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기'라 게 있다. 상처를 잊기 위해 온갖 애를 쓰며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절대 고통을 이겨낼 수 없다. 치유할 수 없다.  

언젠가 한 번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거나, 상처 부위에 소독는 행위가 있어야만 그 고통을 이겨낼 수가 있다.

 

엄마의 자살은 딸에게 큰 죄책감과 고통을 안겨 줬다.  작가인 딸은 이렇게 소설화 함으로써 자신의 고통과 맞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처를 아물게 하고 슬픔에서 해방되려는 본능이 글을 쓰도록 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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