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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 이야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17
크리스티앙 그르니에 지음, 김주열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잔'이 들려주는 <남자친구 이야기>를 읽었으니, 이번엔 『피에르』가 들려주는 <여자친구 이야기>를 감상할 차례다.
피에르가 들려주는 소설의 구성은 '일기형식'으로 되어있다. 지나간 날짜별로 그 날에 있었던 사건의 기록과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들어있다. 그 일기장을 '잔'에게 읽으라고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잔의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피에르'의 입장이 되서 읽게 된다.
이미 벌어진 사건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어서 그랬는지, 작가가 남자여서 남자의 심리를 좀 더 자연스럽게 그려서였는지 <내 여자친구 이야기>가 더 쉽고 재밌게 읽힌다. 페이지가 좀 더 빠르게 넘어간다. ^^
피에르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스승으로 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소년이다. 우연하게 피에르의 연주를 듣고는 제자로 삼겠다고 자청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였다. 그런 '피에르'에게 스승의 몸이 안 좋아 취소 위기에 놓인 무대에 대타로 서게 된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이라면 데뷔무대가 될 좋은 기회다.
그러나, 그저 피아노가 좋아 실력있는 스승에게 배우며, 즐기고 있는 피에르에겐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다.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꾸고 있지 않은 '피에르'에겐 그저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고, 피하고 싶은 제안이었다. 더군다나 피에르는 대중 앞에 서는 걸 매우 힘들어하는 다소 소극적인 아이였다.
피에르가 연주할 시간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스승의 수제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무대여야 한다. 근심과 걱정으로 시작된 연주회는 반대로 대 성공을 이루었고,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는 일약 스타가 된다. 천재적인 재능은 일반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나 보다.
이름도 가명을 사용하고, 자신을 최대한 감추고 치룬 신고식이어서 대중들은 그를 '얼굴 없는 피아니스트'라고 불렀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여자친구인 '잔' 조차도 '피에르'가 그 '얼굴없는 피아니스트' 와 동일인물 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으니...
앞서 읽었던 '잔'의 이야기에서는 피에르와 알아가면서 서서히 사랑이 싹트는데 반해,
피에르는 처음부터 '잔'에게 사랑을 느끼고 깊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잔의 이야기속에서는 깨닫지 못한 사실이었다.
여자친구에게 언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지가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언급을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말을 아끼겠다. ^^
청소년소설이어서 어른이 읽기엔 조금 심심한(?) 감이 있을 수 도 있겠다.
우리집에서 가장 적합한 나이대인 아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권했지만 '읽겠노라!' 대답은 하는데 큰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SF나 재밌는 이야기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어서 잔잔하고 착해보이는 표지가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이들 눈 높이는 딱 맞아 보이는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