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출처: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으로 'daum영화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옴.

 

위 사진 한장이 이 책의 주요내용을 말해준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은 평화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저 소년이었다면...? 하감정 이입을 하면 아마 등골이 오싹해 질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뉜다.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2부/ 태평양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1부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네 가족 이야기와 파이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들어있고,

2부는 파이네 가족이 동물과 함께 멀리 캐나다로 이주 결정하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이야기다. 태평양 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배가 침몰하면서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작은 배 한 척 호랑이와 단 둘서 보낸 227일간의 긴~ 여정이 들어있다.

3부는 캐나다가 아닌 멕시코에 닿으면서... 드디어 육지에 발을 내딛었고, 그 이후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주인공 '파이'에게는 호랑이와 1:1로 약 7개월간의 긴 날들을 함께 생활해야 하는 큰 시련이 찾아왔다.  평소 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지도 않았는데 더욱 더 애절하게 '신'을 찾게 되는 시간이다.

 

파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큰 배에 가족들, 선원들을 비롯해 각종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있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사라진다.  침몰하고 조난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명체가 하필이면 무시무시한 뱅골 호랑이였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호랑이가 어린 새끼부터 동물원에서 살아 100% 야생호랑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배가 고면 바로 야생을 드러냈지만, 훈련이나 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호랑이라는 점이 소년에게는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호랑이가 소년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댓가로 소년은 호랑이가 배고프지 않도록 또 다른 생명을 먹잇감으로 바쳐야 했다. 그래야 소년을 잡아먹지 않을 테니까.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일은 꿈에서도 하지 않았는데, 호랑이의 먹이를 조달하기 위해서 그는 훌륭한 낚시꾼이 되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은 철저한 채식주의자였으나, 태평양 한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채식만 먹던 편식(!)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채식만 하던 그는 어느새 '못 먹을 게 없는' 잡식성이 되어 있었다. 고기를 못 잡는 날이면 끼니를 거르는 일은 물론이고 호랑이의 눈치를 더 심하게 보게 되었고 그런 날이면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짠 바닷물을 피해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하는데, 태평양 한 가운데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배 위에서는 호랑이가, 물 속에서는 상어가 그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렸다. 육식동물 뿐 아니라 기후와 음식, 변비 증상 까지도... 여러가지 포기가 쉬운 상황이 많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호랑이에게 안 먹히는 날이 늘어 갈수록 다른 위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악착같이 살고 싶어졌다.

"호랑이 한 마리를 이기고 살았는데, 다른 놈 손에 죽게 되다니..." 하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읽으면서 "과연 실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던 것이,

계속 읽어 나갈수록 "실화가 맞는 것 같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

 

'신' 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과연 신은 이 소년에게 어떤 강인함을 주려고 이런 거친 시험에 응하게 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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