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의 : 이 리뷰는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아직 안 읽으신 분은 읽기 전에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이름은 벤 브래드포드.

를 찾는 고정고객이 있는 월가의 나름 잘 나가는 변호사다. 예쁜 아내가 있고 귀여운 사내아이 둘이나 다. 어려서부터 카메라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사진작가를 꿈꿨으나, 아버지의 심한 반대로 지금은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 사람이다. 누구나 되고 싶어하는 안정적이고 고수익의 빵빵한 직업과 행복한 가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조금 더 들어보자.

 

둘째를 임신하고부터 아내와는 계속 삐걱대고 있다. 아내는 소설가를 꿈꾸고 왕성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타입이지만, 아이가 생기고 집안일에 치이다 보니 점점 더 자신의 바램과는 역행하는 모습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짜증과 욕구불만은 서서히 나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바뀌는 중이다.

 

그래도 나는 이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회복하려고 노력중이지만,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힘든 일이다.  둘째 조시가 태어나고 부터는 삐걱대는 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한 밤중에 자주 깨는 조시 덕분에 몸까지 힘들어서 우리 부부는 더 예민해져 있다. 어서 빨리 예전 우리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권태와 누적된 피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냉동실 온도와 비슷해져 있을 때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 아내의 외도. 이혼을 하겠다고 집을 나가서는 옆집 남자 게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충격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날 밤 게리를 찾아간 벤은 심한 언쟁 끝에 우발적인 사고를 저지르게 되고, 벤이 정신을 차렸을 때 게리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감추기 위해 벤은 자수보다는 완전범죄를 계획하기로 한다. 게리의 시체를 자기자신으로 위장하고, 자살한 것처럼 혹은 사고사인 것처럼 보이는 죽음을 계획한다.  실제 죽은 사람은 게리이지만,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벤의 죽음이다.

 

이제 지금까지 와는 다른 삶이 펼쳐진다.

이제부터 내 이름은 게리 서머스 이다.

게리란 이름을 사용하고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가장 멀리 있는 서쪽으로 도망치는 일이었다. 나를 알아볼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반대쪽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린다. 몇 날 며칠을 계속 달린다.  그러다 정착하고 싶은 마을 하나를 발견하고, 우선은 6개월만 살아보기로 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사진 찍는 일을 시작한다. 인물 사진 몇 장이 큰 호평을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큰 불이 나서 숨진 소방관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미국 전역에 있는 신문에 골고루 실리고, 그 유명한 [타임]지 전면에 까지 실린다.

 

'게리'라는 천재적인 인물은 여기저기에서 회자되고 그는 한 순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벤이 꾸었던 꿈이 게리를 통해 실현되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원하지 않은 스포트라이트에 도망자인 그는 숨을 곳을 찾게 되는데...

 

 

책이 꽤 두껍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가속도가 붙은 듯이 밤을 새워 읽게 된다. 도주하는 과정과 아슬아슬한 장면들에서는 주인공이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되어 있다.

 

분명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시종일관 화자인 그의 입장에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슬퍼하고 긴장하고 행복해 하고...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러고 있었다.

 

그의 죄책감이 내 일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권선징악' 이라는 교과서가 가야할 올바른 길을 벗어난 책이지만, 그가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할 '자신만의 어둠' 으로 그 죄를 사하여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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