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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 때문에 아픈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
'실연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헤어져야만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연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랑을 맞이하려면 떠난 연인과 헤어져야 한다. 이제는 떠나 보내야만 한다.
인터넷에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이란 긴 제목을 가진 모임이 만들어 졌다.
오전 일곱시에 한 레스토랑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영화를 보고, 아픈 추억이 있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그런 프로그램의 모임이다. 레스토랑 이름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다.
실연당해 끼니도 수시로 거르고, 잠도 설쳐 낮과 밤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침식사를 하는 모임이라니... 좀 의아했지만 '저와 함께 아침 먹어 주실래요?' 라는 문구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하루를 여는 아침' 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자'는 구호와도 통하는 면이 있겠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클릭해서 들어왔다가, 이제는 떠나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모임에 하나 둘 참가의사를 표시 한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떠난 연인을 아직 못 잊은 사람들이며, 실연의 고통 한복판에서 힘들어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는지 이따금씩 울컥울컥 하는 마음이 가벼운 우울증세 까지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세팅되어 있다. 한쪽에선 한창 요리를 준비하고 있고, 고소한 스프 냄새며, 부드러운 미역국 냄새가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그들에게 보통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 같다. 평범한 일상의 냄새를 기억시키려는 듯 하다. 평온했던 예전의 냄새를 기억하게 해서 꽁꽁 닫아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조금 허물어 보려는 듯 하다. 효과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일상으로 돌려놓으려는 후각과 미각을 목표로 한 노력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실연으로 허탈감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싶었는데, 스무명 가량 모인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자니 실연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 모인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슬픔과 우울을 짊어졌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외롭지가 않았다. 동일한 아픔과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동지의식이 생기면서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되었다.
조찬모임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어, 서로 다른 사연을 1인칭 시점으로 들려준다. 정현정, 이지훈, 윤사강 그리고 정미도. 이들 네명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들이 들려주는 축축한 이야기에 빠져 든다.
그리고 그들의 바램처럼 실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본다.
그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말끔하게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길 바란다. 그 상처를 오랜 시간이 지나 추억 하며 '그땐 참 아팠는데...' 하면서 덤덤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