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 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 달래주는 점의 위로
이지형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였을때 엄마를 따라 '점(占)집' 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갔다.  그때가 아마 초등학생이었지 싶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여느 가정집과는 달랐다. 가구가 거의 없어서 휑하게 느껴지는 방안에 노란 장판이 눈에 띄게 깨끗해서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밖의 온도는 추웠었는데 방안에는 후끈후끈했던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긴장한 탓도 있었겠지만, 난방을 좀 세게 틀었던 모양이다. 처음 느껴보는 원인 모를 공포감과 신비스러움이 온 몸을 감싸고, 모든게 낯설어서 얼른 나가고 싶었지만 엄마와 집주인(!)은 지루한 얘기를 한참이나 떠들었던 기억이다.

 

두번째로 갔던 기억은 이십대때 였을거다. 그때도 역시나 엄마를 따라 갔었는데, 'ㅇㅇ보살' 이라는 집이었는데 일반 절집과는 사뭇 달랐다. 들어간 방에는 부처님도 계셨고, 이름모를 여러가지 그림과 여러 다른 신을 모시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귀신과 통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묘한 느낌이 들면서도, 온몸의 털을 쭈뼛 세울만한 공포가 몸과 마음속을 지배했었다. 집주인에게서는 평범한 우리네와는 다른 포스가 느껴졌었다. 지은죄도 없이 주눅들고 겁나는 경험이었다.

 

점을 본다는 것. 내 미래를 엿본다는 것. 나쁜일이 계속해서 겹쳐 삶이 답답할 때, 어딘가 가서 누군가에게서 속시원한 얘기를 듣고 싶을때 찾는 곳이다.  어떤 이들은 미신으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신년초 운세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일을 의논하기 위해 수시로 발걸음 하기도 한다.

 

내 운명이나 미래를 엿 볼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가 있겠다.

1. 신이 내린 '무당'. 사람의 몸 속에 신이 잠깐씩 들어와 신의 입을 통해 미래를 점치는 법.

2. 사주팔자.  즉, 4개의 기둥을 이루고 있는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간을 나타내는 각 두개의 한자, 총 8개의 한자를 찾아 풀이 하고 분석해서 미래를 점치는 법.

3. 주역 으로 64괘 중에 내게 맞는 괘를 찾아 미래를 점치는 법.

 

크게 세 가지로 구분이 되고, 이 책에서는 두번째인 '사주팔자' 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필자의 경험과 공부한 내용, 사주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사주팔자란 내가 태어난 때의 하늘과 땅의 기운을 오행(木, 火, 土, 金, 水) 으로 치환해서 분석해 봄으로써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한 힌트를 얻는 방법이다.

 

천간(하늘의 기운) :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의 10가지

지지(땅의 기운 ) :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12가지 이고,

 

하늘과 땅의 기운에서 1개씩을 따와서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등등으로 조합해서 한 텀을 도는데 60년이 걸린다. 이를 60갑자라고 불리우고, 사람나이로 60세를 '환갑' 또는 '회갑'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ex) 1969년 2월 10일 밤 9시 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戊 丙 丙 己                                                     土 火 土

                            =======>  오행으로 치환하면

       戌 辰 寅 酉                                                     土 土 木 金

      

  제일 오른쪽부터 기유(년), 병인(월), 병진(일), 무술(시)의 여덟개의 한자 를 오행으로 치환해 보면, 이 사람의 사주에는 흙이 많다. 火가 두개나 있어 때론 '버럭' 할 수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아주 너그러운 사람일 것 같다. 또한 월의 천간을 보면 火로, 이 사람의 대표적인 유형은 '화형'임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오행의 특성을 보자면 목형은 진취적이고, 화형은 열정적이다. 토형은 포용력이 있고, 금형은 이성적이고 좀 냉정한 구석이 있다. 수형은 지혜롭고 내성적이라고 한다. 8개의 한자가 어떤 유형의 오행으로 변화되는지 보면 유난히 많은 형이 있다. 특히나 태어난 월의 하늘의 기운이 대표적인 나를 말해주는 혈액형쯤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물론 다른 7가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다. 대표적인 형을 상승시켜 주거나 혹은 견제를 시켜주기도 해서 분석 하는 일이 쉽지많은 않다. 정답이 있는게 아니어서 사주를 봐주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동일한 사주를 들고 점집을 돌아다녀도 조금씩 다른 이유가 거기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설명하고 미래에 대해 조언하는 일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중해야 한다. 많은 사주를 놓고 분석해 본 경험이 많은 사람도 실수할 수 있다하니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사주를 잘 보는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주 관점에서 보자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때 눈에 보이지 않는 테두리를 하나씩 갖고 태어난다. 평범한 사람은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게되는데 이런걸 우린 '운명'이라고 부른다. 때로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어 자신의 사주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운명이란 자신의 길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장벽을 넘으려면 쉽지않은 고난의 길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사주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내 사주에 대해 8개의 한자 중에 아직 6자 밖에 찾질 못했다.  태어난 시(時)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ㅠㅠ  

 

내 운명과 사주를 분석하기 위한 제일 기초가 되는 여덟개의 글자를 찾고 분석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렴풋이 아~ 저 사람은 ,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구나 하는 감이 올 것 같다.

 

* 자신의 사주팔자 찾기 :  http://www.goodcycle.com/alib/ 

  (지금까지 찾아다닌 곳 중에 제일 쉽고 편하게 만들어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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