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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에서 흰머리와의 간격을 바짝 추격한 가운데 끝내 조우를 못 하고 2권으로 넘어왔다.
2권 초반에 드디어 흰머리를 만났다. 그토록 염원하고 꿈꿨던 순간이다. 무려 7년이나 혹독하게 기다려온 시간이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포수 '산' 에게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높은 바위때문에 호랑이 '흰 머리'를 한방에 보내기 위해서는 허리를 활처럼 꺽어 하늘을 향해 총구를 겨눠야 한다. 거기에 거친 눈보라와 강렬한 태양 때문에 시야 확보조차 어려웠다. 흰머리에 절대 유리한 위치였다. 흰머리가 철저하게 계획한 장소이기도 했다. 흰머리의 앞발 휘둘림 한번이면 산이 끝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다.
때마침 눈사태가 나지 않았다면, 흰머리의 승리로 끝이 났을 거다. 눈 사태로 흰머리와 산은 서로 부둥켜 안은채 굴러떨어졌고... 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을 이용해 호랑이의 왼쪽 어깨를 깊숙하게 찌른다. 산이 그토록 원하던 끝은 보지 못하고 흰머리를 생포한채 도시로 이동한다.
경성 도시는 산에게도 흰머리에게도 낯설었다. 1940년대 일제가 통치하던 시기였고, 총독부는 흰머리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식인 호랑이'를 잡았다는 실적과 성과를 부풀리는 것에만 열을 올렸다. 정작 흰머리를 잡은 '산'의 공적은 철저하게 파묻혔다.
호랑이를 치료해 준다는 명목아래 경성으로 이송했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귀빈들을 초청해 성과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대일본 제국의 위대함을 자랑하고, 그 후엔 호랑이 가죽을 좋은 가격에 팔기위한 속셈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산'. 이런 결말을 위해 7년을 고생한게 아니었다. 또한 개마고원의 영물인 호랑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했을 때 어찌된 일인지 시민 200여명이 무릎을 꿇으며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린다. 마지막 남은 조선 호랑이, 그것도 개마고원의 지배자인 흰머리가 조선의 왕이라도 되는 양 슬퍼했다. 철창에 갇힌 흰머리를 보며 안타까워 했다.
7년을 죽이기 위해 쫓고 쫓았던 산이 이제는 흰머리를 다시 밀림으로 돌려보내려는 쪽으로 돌아선다.
무사히 밀림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군대와 맞서야 한다. 또 흰머리는 여전히 산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살기를 감추지 않는데...
산과 흰머리는 서로 닮았다.
흰머리에 의해서 아비를 잃고, 동생을 잃었던 산.
웅과 산에 의해 암호랑이와 새끼를 잃은 흰머리.
둘의 복수는 똑같이 집착스러웠고, 똑같이 지독했다.
산과 흰머리의 우직함과 신념에 대해 한눈 팔지않는 고집스러움이 안타까우면서도 멋있었다.
산과 한 마음이 되어
1권에서는 흰머리를 만나 꼭 한방에 이길 수 있기를 마음 졸이며 읽어가다가...
2권에서는 일본군대의 눈을 피해 무사히 밀림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마음을 보태가며 조마조마하게 읽었다.
도시에서의 추격전은 밀림에서의 추격전보다는 몰입도가 더 높고 재밌었다.
잘 알지 못했던 포수의 삶에 대해서, 호랑이의 습성이나 특성에 대해서 알게된 좋은 시간이었다.
소설 한 권을 내기위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자료조사를 했을 작가의 노고가 눈에 그려지는 듯 하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은 기분이다. 좋은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