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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고보니 김훈작가의 작품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 유명한 <칼의 노래>도 <남한산성>도 읽어보지 않았다. 이번기회에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알고 싶어지고,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어떤 선입견 없이 깨끗한 백지 상태에서 첫 대면을 할 수 있었다.
작가의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조금은 고집스러워 보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눈물 쏙 빠지게 혼내실 것 같은 엄격한 느낌이 든다. 내가 느낀 감정보다는 조금 부드러웠지만 이미지를 완전 바꾸도록의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진지하고 깊은 고민의 흔적들을 많이 느꼈다. 유머러스 하거나 위트 있다기 보다는 진지하고 솔직 담백한 느낌의 글이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밥벌이의 지겨움>은 40여편의 단상들 중에 하나의 소제목이다.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집어들었기도 하다.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써 밥벌이의 지겨움을 잘 알고 있기도 해서 얼마나 공감가는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내심 기대도 했지만 조금 아쉽게도 제목이 책 전체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 그 보다는 세상살이에 대한 작가의 단상 정도로 보는게 맞다.
작가는 아직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계와는 친하고 싶지도 않고, 무능한 기계치에 가깝단다. 지금도 여전히 그럴거라고 생각되는데,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한다고 한다. 틀린 부분은 지우개로 박박 지워가며 연필과 지우개의 하모니 속에서 글을 쓰신다고 한다. 저자는 자가용도 싫어한다. 물론 운전면허도 없고 배우려고 생각도 안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조금 먼 거리면 버스를 타거나 기차로 움직인다. 문명이 주는 혜택인 컴퓨터와 자가용의 편리함은 사양하고, 오래전부터 몸에 배어있는 익숙함을 유지하면서 지낸다. 더디고 고통스러운 습관이지만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고집스런 습관과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저자의 이미지와 닮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