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속에 내용은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프로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사람인지 물고기인지 정체가 뚜렷하지 않다.  소설속 주인공을 한마디로 비유하자면 인어공주 아니 인어왕자 쯤 되겠다. 
 
직장에서 일년 가까이 월급이 밀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 가장에게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다. 아내는 어린자식을 버리고 도망간지 오래되었고, 보증금까지 다 까먹어버린 월세방에서는 보기좋게 쫒겨났다. 남은거라곤 작은 자동차 한대. 그마저도 기름 채울 돈이 없어 질주본능을 잊은지 오래다. 겉보기엔 자동차였지만 비와 바람을 막는 텐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사는 낙도 살아야 하는 희망도 모두 좌절되자, 아이를 안은 채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는 호수속으로 풍덩~ 자살을 택한다.
어른은 익사했으나, 다섯살 짜리 아이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는지 한 노인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특이한 점은 물에서 구해졌을 때, 아이에게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  아이의 목과 귀 사이에 물고기의 것과 비슷한 아가미가 생긴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에게 생겨진 아가미는 그를 세상에서 숨어 살게 하는 역할을 했다. 
 
생명의 은인인 노인에게서 '곤' 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지내게 된다.  노인과 다소 폭력적인 방식으로 곤을 지켜주는 '강하'라는 형과 함께 새로운 가족이 꾸려진다. 물고기도 아닌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도 아닌채 살아간다.  육지에서도 물 속에서도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음... 이 소설을 통해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말을 곰곰 생각해 봤다.  아래와 같이 두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첫째. 물에서 살아있기 위해선 물속에 맞는 호흡법과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듯이, 보통의 사람들도 물속에서의 허우적거림 처럼 삶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물에서 살기위한 규칙에 조금이라도 소홀했다간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삶에서의 모습들도 그에 못지 않게 치열하단다. 하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삶이라는 저주받은 물속에서 나는 가라앉지도 않고 망연히 시체처럼 떠 있지도 않으며 끝없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헤엄치고 있다고 말이에요. 당신만큼은 못하지만 나도 어쨌든 숨을 쉬고 있다고 말이에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작가의 말 중에서)
 
두번째.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구조다. 주인공 '곤'이도 노인과 강하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가지 못한 것 처럼. 또 곤이 도와줘 생명을 살게 한 '해류'처럼... 끊임없이 돕고 도움을 받으며 서로 엮여진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혹시 지금 외롭다거나 혼자라고 느낀다면 주위를 둘러보라고, 평소에 깨닫지 못한 사람이 나에게 쉼없는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 존재 때문에 건강하게 살아있는 거라고...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아무리 산란회유를 하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몸을 솟구치려 해도, 이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이에요. 누에고치처럼 틀어박혀 자신만의 잠사로 온몸을 감싼 채로는, 코가 뚫리고 건강한 폐를 가졌다 해서 숨 쉴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하며, 내 옆에는 다행히 그런 분들이 있다고 말이에요. (...) (작가의 말 중에서)
 
흔치 않은 소재와 흡인력 있는 문장들 덕에 빠른 시간에 다 읽을수 있었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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