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개비의 시간 -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문진영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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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나이때에 내가, 우리가 또는 세상의 시선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
어린아이들에게서는 무한한 귀여움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서는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 동심을...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삶의 지혜와 현명함을...
이십대의 풋풋한 청춘들에게서는 열정과 싱그러움과 도전하는 패기... 를 기대한다.
 
기성세대의 관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편견이라면 편견 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나이때에 맞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담배 한개비의 시간> 이 책의 주인공은 풋풋한 20대의 젊음을 가졌다. 화자인 '나'와 M, J, 그리고 물고기로 지칭되는 스무살 초반의 청춘들.  하지만 그들에게선 우리가 기대하는 20대의 이미지가 없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에는 그래서 마음에 안 들었다. 인생에서 제일 황금기를 보내면서 왜 저리 지낼까?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는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사회에 반감을 품고 있지도 않는다. 그저 눈 떠 아침이 오면 편의점에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참 건조한 삶을 산다. 드라마 주인공 처럼 찐~한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사람과 사람간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모습도 보이나, 귀차니즘이 더 큰 것 같고 그런 관계를 피해 도망다니거나 숨어 살지는 않는다. 
 
왜 저리 소극적으로 살까?  바보같기도 하고 '쯧쯧' 혀를 차기도 했다.
젊음은 큰 부자가 자신의 모든 재산과 바꿀 정도로 가치있고 귀한 것인데, 한번뿐인 인생을 아무렇게나 허비하는 게 안타까웠다.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요, 엄연한 직무유기다. 
 
그러다 책을 중반넘어 조금더 작가와 소통하다 보니 내 20대가 떠올랐다. 과거의 나를 뒤돌아 보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맞다. 나도 분명 그 시절이 있었고, 주인공 처럼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고 두려웠다. 안개에 쌓여 어떤 길로 들어서야 하는지 막막하고 무섭기도 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지금의 내 시선으로 보자니 한심한 감정이 느껴졌던 거였다. 


주인공을 보면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등뒤로 기대고 있던 방문이 '찰칵' 하며 닫힌다.  넓기만 하고 낯선 공간에 홀로 등 떠 밀려 많은 사람들의 구경꺼리가 되어진 상황이다.
"자~ 시작해봐!"
"뭘 보여줄 거야?"
관중들은 턱에 손을 괸 채로 무대위에 등장한 주인공을 유심히 관찰한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시선을 거둔다.  뭔가를 보여줄때까지 따뜻한 시선을 갖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새로운 재밌는 대상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사회라는 곳은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운 곳이란 걸 받아들이기까지 적응시간이 좀 필요하다.

어딘가에 취직하면서 하나의 그룹에 포함이 된다.  혼자 광대짓을 할 때 보다는 조금 낫다.  내 반려자를 찾으면 조금 더 관중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익숙해진다.  환경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하나 둘 눈에 익을때쯤 되면 관중의 자리에 끼일 기회를 노린다. 무대위를 구경할 한 자리를 차지하면 드디어 이십대의 주인공도 이젠 기성세대가 되어있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세상은 살아진다.  시간은 흐른다. 
늦지 않은 시간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는 주인공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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