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명강의
마이클 샌델 지음, 이목 옮김, 김선욱 감수 / 김영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마이클 샌델, 정의, Justice.  올해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단어들이다.
이 책은 "정의" 라는 주제로 하버드생 이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천재교수 마이클 샌델이 직접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어려웠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전히 철학이라는 주제는 어렵다.  아리송하다.  알 듯, 모를 듯... 내 생각이 확고하지 않으면 이 내용도 맞고, 저 내용도 맞아서 이리저리 쏠려다닌다.
 
어렷을 때 '철학'이 뭔지 모르던 시절, 그저 생각을 많이 하는 폼 잡는 그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철학'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었다.  혼자 몽상하거나 상상하는 걸 좋아했던 나에게 딱 맞는 분야일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그 꿈은 철학이 무지 어렵다는 누군가의 말에 의해 바로 접었다.  두번 생각 안했던 것 같다. ^^
 
철학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느낌들이 몇 가지 있다.  철학은 뜬 구름 잡는 듯도 하고, 말 장난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장 배고픈 입을 위해 일 한다기 보다는, 배 부르고 등 따순... 여유있는 자들이 자신의 빼어남을 증명하고자 서로 논쟁을 벌이는 느낌이 떠오른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왜 생겼을까 생각을 해봤다. 사람이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조직이나 나라가 생겨나면서 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한 기준이 필요해졌다. 그 기준을 만들다 보니 여러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했고, 하나의 의견으로 결정되기까지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여러 철학자들이 생겨났고, 그 철학자 자신의 생각을 말로 설득하고 무슨무슨 주의라는 이름으로 확실한 표시를 해놓은 게,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공리주의, 자유주의, 자연주의 등으로 불리우는 유명한 이론들이다. 
 
책 초반에 샌델 교수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에게 경고를 하는 문장이었는데, 철학을 공부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 이 강의의 어려움은 '여러분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친다' 는 점에서 비롯합니다. 그것은, 여러분과 이미 너무 친숙해져 의문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당연시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낯설고도 이상한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일단 익숙한 것이 낯선 것으로 변하고 나면, 그것은 두 번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자기인식이란 순수함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
 
샌델이 던진 질문에 대한 정답은, 강의가 끝나도 나오지 않는다. 과연 철학에 정답이 있을까? 어떤 이론이든 완벽하진 않아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반대논리가 생긴다.  이름만 들으면 익히 아는 철학자들의 이론도 시대를 거쳐 오면서 옹호하는 사람도 핏대 높여 반대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지금도 새롭게 나오는 이론들이 있는 걸 보면 아직도 그 끝은 멀어 보인다.  이런 논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정답은 없나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모든 것들은 다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하지 않는다는 말만 빼고 모두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친구는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을 그만두라고 계속 쓴소리를 했는지 모른다. 
 
소크라테스의 친구 칼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을 그만두라고 이렇게 설득한다.
"인생의 적당한 시기에 절도 있게 철학을 공부한다면 철학은 예쁘장한 장난감이지. 하지만 그 절도를 넘어서서 철학을 추구한다면 인생을 파멸로 이끌 걸세. 내 조언을 잘 새겨듣게나."

"토론 따위랑 그만두게나. 행동하는 인생이 거둔 성과를 배우게. 시답지 않은 궤변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 살고 좋은 평판과 그 밖에 다른 많은 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귀감으로 삼게나."
 
샌델 교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강의를 펼쳐 강의를 진행한다. 답이 두갈래로 나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로 하여금 답을 듣는다. 서로 다른 두개의 답을 한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 상대를 설득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일이 발언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묻고, 그 이름을 기억해서 "누구의 의견처럼 ~~ " 강의에 지속 활용한다. 일일이 발언을 해준데 대해 고맙다고 얘기하고 수고했다고 치하를 해준다. 자연스럽고 학생을 배려하는 샌델교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존 로크, 임마누엘 칸트, 아리스토텔레스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인 '공리주의'의 제러미 벤담 등 유명한 철학자와 하버드대 명강사 마이클 샌델을 보다 쉽고 좀 더 생생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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