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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세령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그 동네는 세령휴게소, 세령초등학교, 세령진료소, 세령파출소, 세령수목원 등 온통 '세령' 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다. 마을의 주인인 '오영제'는 마을 곳곳에 딸아이의 이름을 붙여서 세령마을을 이루었다. 예상했듯이 아빠는 딸을 무척 사랑한다. 하지만 그 방식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아니 많이 남다르다. 그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한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정" 이라는 이름으로 딸 뿐 아니라 아내도 마음에 들때까지 손을 본다. 매를 들고, 잔인한 도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흠씬 두들겨 패고 발가벗겨 내쫓기도 한다. 똑같은 실수를 하면 강도는 점점 더 세진다.
전직 야구선수인 최현수는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 성적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왼팔마비가 오고 그로 인해 양원히 야구를 그만 두게 된다. 야구말고는 무능한 그는 여러직업을 전전하다 보안업체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에게는 세상이 폭삭 망해도 지켜야할 단 하나! 소중한 아들이 있다. 아내는 알아서 잘 살아낼테고, 아들 서원이는 꼭 지켜내야 한다.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인 안승환. 현수와 같은 보완업체 직원이면서 두번째 작품을 구상중인 작가이기도 하다. 잠수부의 직업을 가진 아버지 덕택에 어려서부터 물과 친했다. 물속에서 노는게 취미이자 그의 특기이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세령호에서는 무슨일이 어떻게 일어난 걸까.
한밤중에 아빠에게 교정을 받다가 도망쳐 나온 세령은 그날 저녁도, 그 다음날 저녁에도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현수네 가족이 이사오던 날 세령은 물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과연 누가 범인일까?
아이의 아빠일까? 승환이 범인일까? 현수는 관련이 없는 걸까?
이야기는 각각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간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인간적이고...그렇지만 용서할 수 는 없는 큰 범죄를 저지른다. 미궁으로 빠질 것 같은 사건은 드디어 범인이 잡히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단락 된 줄 알았던 사건은 7년이 지나고 또다른 복수극이 되어 서원에게 다가오고... 이제는 악연의 끈을 잘라버릴 수 있을까. 세상으로부터, 7년전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사람은 무섭다. 타인의 시선과 질타가 큰 약점일 수록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고 싶어한다. 그 허물이 드러난다면 자기 자신이 끝장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일은 물론이고, 그 어떤 사악함과도 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마와도 기꺼이 타협하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게 있다. 허물이 드러나도 자신은 끝장나지 않고, 약점을 보호하려다 일은 점점 더 꼬이고, 어긋나고, 눈덩이처럼 커져서 수습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진짜 끝장을 봐야 끝이 난다는 것을.
이 책에 대한 평가들이 좋아 읽게 된 책이다. 유명세에 걸맞게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한 여름에 영화로 만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