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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죽을 때, ’껄, 껄, 껄’ 하며 죽는다고 한다. 호탕하게 웃으며 죽는다는 뜻이 아니다. 세 가지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후회하며 ’~했으면 좋았을 껄.’ 하면서 죽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껄’은 ’보다 베풀고 살 껄!" 이다.
"이렇게 다 놓고 갈 걸, 왜 그토록 인색하게 살았던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껄’은 ’보다 용서하고 살 껄!’이다.
"아, 이렇게 끝날 것을 왜 그토록 미워했던가! 이제 마지막인데, 다신 볼 수 없는데..." 하는 것이다.
마지막 ’껄’이 가장 중요하다. ’아, 보다 재미있게 살 껄!’ 이란다.
"어차피 이렇게 죽을 걸, 왜 그토록 재미없게, 그저 먹고살기에 급급하며 살았던가!’"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마지막 껄인 "재미있게 살 껄!!!" 에 포커싱이 된 책이다. 저자 또래의 한국의 40~50대 남자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했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제 좀 쉬어야 할 때가 왔는데 제대로 놀 줄 몰라 못 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자신이 재밌어 하는게 뭔지 모른다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사회적인 지위를 위해 살아온 삶의 부작용이다.
사회적인 지위와 계급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물거품이 되는 건데 수많은 사람들이 착각속에 빠져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 지위가 없어져 버려 하루아침에 허공에 붕~ 뜬 상태가 된거다.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까지 흐릿해지며 혼란에 빠진다.
기회는 남았다. 아직 남겨진 삶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고 싶은 재미꺼리를 마련하라고 충고한다. 늙어가는 남자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재밌어 하는게 무언지, 그걸 찾으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일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예쁜여자와 만년필, 수첩, 골프 등에 재미를 찾고 있는 저자의 일화는 참 재미있다.
’리추얼’이란 말을 배웠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하는데, 습관과 비슷하다. 하지만 습관은 생각없이 반복되는 거라면 리추얼은 조금 더 정서적이고 감정이 담겨 있다. 습관화 하고 싶은 의식을 긍정적으로 반복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행위같은거다. 예를들면, 저자는 ’형제 약수터’ 를 그들 가족의 하나의 리추얼이라고 얘기한다. 가족들만이 아는 장소에 우연찮게 약수터를 꾸민 일이 있었다. 즐거운 일이 있거나 행복을 느끼고 싶을때마다 형제 약수터에 오른다. 그 산에 오르려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행복한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 올라 들뜨고 설레는 기분. 이런게 리추얼이다.
저자의 강연만큼이나 유쾌한 글이다. 쉽게 한두마디로 요약해 ’놀자’, ’즐기자’ 를 주장하는터라 가볍게 보거나 우습게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저자가 걸어온 길은 꽤 긴 시간이었다. 수많은 분석과 연구와 깊은 성찰의 결과인 것 같아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책 제목에는 숨겨진 단어가 하나 있다. 책 제목 앞 혹은 뒤에 두글자로 된 이 단어를 끼워넣어야 한다.
"가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아내와 불화가 있거나, 권태기를 겪고 있는 부부의 내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은 건가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언급은 있지만, 그 내용이 주된 포인트가 아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싶을만큼 후회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하는... 저자의 애정이 밑바탕된 투정이라고 보는게 더 가깝다.
이 책을 읽기전에 [승승장구] 라는 쇼프로를 일부러 찾아서 봤다.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하시는 분은 그 동영상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 강의가 요점정리가 아주 잘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