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철없는 어린 아들과 고기를 먹는다.
아니, 고기를 굽고 자르기를 한다.
나는 고기를 굽는 사람.
나는 고기를 자르는 사람.
아들이 고기를 먹는 내내
나는 고기를 굽고 자르기에 여념이 없다.

아들이 고기를 먹어보라고 재촉하면
잠시 굽고 자르기를 멈추고, 가끔 아주 가끔
기름이 대부분이거나 타버린 고기를 먹는다.

갑자기 울컥하는 이유는 
내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내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고기를 굽는 사람.
나는 고기를 자르는 사람.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온 직업.

                                      - 박광수의 <앗싸라비아> 중에서 -


딸부잣집인 내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그럴거라고 추정되는 기억이다.
밥에 김치뿐이지만 여덟이나 되는 많은 자식들 입에,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외벌이로 홀로 힘겨운 돈벌이를 하던 아버지.  

가끔 아주 가끔 고기반찬이 올라올 때가 있었다.  만만한 돼지 삼겹이나 닭고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 우리 형제들은 살코기만 골라 먹고, 물렁하고 하얀 비곗덩어리가 많은 부위는 떼어서 한쪽에 몰아놓는다.  그럼, 그걸 드시던 아버지.  삼겹살은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로 먹어야 제맛일텐데, 살코기와 비계를 분리해서 따로 먹었다.  비계는 늘 아버지 차지였다. 

살갑거나 정이 많은 편은 아니셨다.  정이 있다 하더라도 표현에 무척 인색하셨던 아버지인데 간혹 생각이 난다. 
내 아버지도 어린 자식들을 위해 기름덩이를 일부러 드신건 아니었을까.  
내 자식 입에 들어가는게 내가 먹은것 보다 배부르고 뿌듯한 경험을 한 나는 이제서야 어렴풋이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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