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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토끼 차상문 - 한 토끼 영장류의 기묘한 이야기
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한 책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중에 하나다. 책을 읽는 속도로 친다면 흡인력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고, 그렇다고 막 재미나게 감정이입도 되면서 쏙~ 빠져들어서 읽었던 책도 아니었다. 작가의 문체가 특징적으로 여러 문장을 압축해서 한 문장으로 쓰는 걸 좋아하는 듯 하다. 한 문장 안에 여러 뜻이 내포되어있다. 시대적인 상황도 극변하는 시대였고, 천재토끼의 행적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통에 책 한권을 읽긴 읽었으나 100% 소화했다고는 장담 하기 어려운 책으로 "어렵네!" 하는 혼잣말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이런일이 실제로는 없을 거다. 전 세계를 내가 두루 누벼온 게 아니라 모르긴 하겠지만, 토끼 모습을 한 사람이라니...
어느 날 아리따운 선생님 유진숙이 결혼도 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낳는다. 수십년을 산파로 살아온 일흔이 넘은 나이의 산전수전 다 겪은 산파 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생겼으니, 그 아이가 바로 차상문이었다. 토끼의 것과 유사하게 긴 귀를 가졌으나, 나머지 신체는 보통의 남자하고 똑같은 모양을 한 토끼도 아니고 인간이라 칭하기엔 뭔가 특이한 새로운 종이 탄생한 순간이다. 학명이 ’레푸스 사피엔스’ 라고 불리운다는데 처음 듣는 말에 전문용어라 퍼뜩 감이 오진 않는다.
토끼 차상문은 태어날때 부터의 남다름뿐만 아니라 머리가 비상한 천재이기 까지하다. 학교도 남들보다 일찍 졸업하거나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미국의 한 대학에 초청을 받고 건너가 최연소 종신교수 자리에 까지 오른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은둔자’라는 익명의 사람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고 그의 사회적이고 평범한 생활들은 끝이난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리기라도 하듯이 여기저기를 떠돈다. 토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도 아닌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나?"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다닌다.
이 소설은 실제로도 있었던 유명한 ’유나바머’ 사건에서 비롯되어 소설로 쓰여졌다고 한다.
생소한 내용이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소설에서 쓰고 싶은 메세지와도 일치한다.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Theodore John Kaczynski, 1942년 5월 22일 ~ )는 미국의 철학박사, 수학자이자 테러리스트이다. 전형적인 백인 가정에서 자라 하버드 대학교와 미시간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에서 수학교수로 재직하다가,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망치는 주범이라 인지하고 그에 맞서 싸우려는 시도로 17여 년간 사업가,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지폭탄을 보내 3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유나바머(Unabomber, university and airline bomber)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결국 FBI의 수사와 더 이상의 살상을 막으려는 동생의 신고로 검거되었다. 고학력자이자 천재인 카진스키의 이러한 일탈행동은 인성교육을 무시한 학교교육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면에 정의를 위한 폭력이라고 평한 사람들도 있었다."
<출처 : http://blog.daum.net/woosanggil/187>
실존했던 ’카진스키’라는 사람이 하려던 말을, 차상문이라는 토끼의 입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 한 인간인 나도 숨을 쉴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고, 육식이든 초식이든 먹어야 존재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에게 지구에게 미안하다.
(...)
그래, 인간 영장류에게 본때를 보이는 거야 유한한 화석 에너지를 터무니없이 낭비하는 인간들! 육식이든 초식이든 생명을 섭취해야만 존재가 유지되는 인간들! 숨 쉴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간들! 자신과 이웃들의 소중한 역사와 기억을 허투루 묵살하는 인간들! 속도만으로도 모자라 가속도에 몸을 맡긴 인간들!
(...)
토끼가 어디선가 톡 튀어나와 말한다.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좀 마요!"
"땅이 놀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