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삼십대 후반의 골드미스인 여주인공 세진은 유아기에 받은 상처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가 몸이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병명을 찾지 못한 세진은 심리치료 분야에 문을 두드린다.  인혜보다는 세진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제일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세진이 심리 치료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정신분석 용어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 점이다.  그리고, 세진과 신경정신과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심리치료를 함께 받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많은 사례들을 경험하고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면서 어떤 깨달음도 얻는다.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세진 자신에게 억압되었던 분노가 있음을 인식하고 분노를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세진도 분노하는 과정에서 한가지씩 한 고비씩 좋아지는 경험을 한다.  어린아이 였을때도 어리광 한번 부린적 없고, 엄마에게 떼 쓸 줄 도 모르고, 말다툼 한번 해보지 않은 딸로 살았던 그녀 세진.  철저하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몰랐던 그녀, 남 앞에서 울음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 세진.  가족과도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 못하던 그녀였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지금이라도 쌓여있는 속에 것들을 표면위로 끌고 올라와 분노하고 토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속시원함을 느낀다.  "참 다행이다!" 안도하게 된다.  

(…)
그렇다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절대량의 분노를 가지게 되는 배경은 뭐니? 대체 본성으로서의 분노는 왜 생기는 건데?”
정신 의학에서는 그 모든 걸 사랑의 문제로 봐. 유년기 때 아기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분노의 감정이 형성된다고 해.”
(…)
잘은 모르지만 성장하고 사회화한다는 것은 그런 분노와 질투들을 무의식에 억압해둔다는 의미 같아. 억압된 적개심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식물 뿌리처럼 늘 새로운 잎과 꽃을 피워내는 것 같아.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힘이 세고,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그쪽 학계의 정설이야.”
(…)

인혜도 세진과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인혜의 물음에 세진이 대답하는 형태로 인혜도 조금씩 분노에 대한 걸 이해하고 있다.  점차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에게 사랑을 충분히 베풀어야 하는 이유를, 어린이 였을때 받은 상처가 나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아무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도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 대상이 아이라도 말이다.  엄마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엄마도 어렷을때의 상처로 인해, 억압당한 무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거라는 생각에 미치면 답답하다. 답이 안 나온다. 

보육을 하는 엄마, 아빠인 내가 먼저 치료를 받고,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논리가 떠오른다.
진심으로 내가 행복해져야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분간은 사람들의 대화가 사용하는 문장이 유심히 보여질 것 같다.  그 사람이 선택한 문장과 대사는 그 사람의 콤플렉스라고 한다.  어떤 것에 특히 화가 나는지, 어떤 대목에서 분노하는지 사람에 따라 분노의 질량도 다 다르다고 한다.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만 찔끔 흘리는 사람이 있고, 펑펑 우는 사람이 있듯이 서로 다른 절대량의 분노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신기하면서도 그렇겠구나 이해가 된다.  

소설이 참 재밌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혹시 내가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나?"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도 하면서 읽었다.  김형경이라는 작가가 마음에 들어왔다.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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