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썩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그만 정지해버리고 싶은 순간,
너무 멀리 와버린 내가 주체할 수 없이
미워지는 순간이 있다.

비상등에 빨간 불은 이미 오래 전에 켜졌는데,
STOP 표지판을 무시해버리고 줄곧 달리기만 했다.

’달리다보면 그래도 웃는 날이 올 거야.’

포기할 수 없으므로 그냥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목이 탔고
몸 안에 가득 찬 모래는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왔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 갔다.

내 안의 아이는 수시로 칭얼댔지만 
나는 ’이따가 사탕 줄게’라는 말만
주문처럼 중얼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정민선- >  중에서 -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회사에 취직하고 나면, 좀 더 나이들고 여유가 생기면, 돈이 조금 더 많으면,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나면...
비슷비슷한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행복해 질거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세뇌시킨다. 

하지만 그 조건이 만족되면, 이루고 나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조건을 만족시킬때 쯤이면 또다른 조건이 생기는 걸 경험한다.  

내 집이 생기고 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이 교육자금과 부부의 노후자금이 걱정된다.  
다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돈 버는 일에 매진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고 나면 어느덧 나이 들어 무릎 관절이 아프고 몸 여기저기가 삐걱 댄다.  
여행을 한번 갈라고 해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귀찮은 마음도 들 수 있고, 어떻게 번 돈인데 하며 아까운 생각에 접을 수도 있다.

매번 이런식이다. 

우린 도대체 언제쯤 행복하다고 느낄까?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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