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최갑수 골목 산책
최갑수 글.사진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최갑수 란 작가를 알지 못했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작가를 한명씩 알아간다.   
그는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라고 한다.  예전엔 여행담당 기자로도 활동했으나,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한다고 한다.  

그가 처음 골목길에 빠져든 이유는 뭐였을까.  왜 하필 골목길인가.  책을 읽으며 계속 궁금했으나 끝내 속마음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 독자 스스로 책을 읽으며, 그와 그가 찍은 사진과 공유하며 막연히 떠오르는 단어들은 있다.  여유로움, 삶, 인생, 사람들과의 부대낌...  사람 냄새나는 뭔가가 그리운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속을 맴돈다. 

비슷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  내 머리위에 누군가는 발을 딛고 서 있고, 그 위에 또 다른 이는 누워 자고... 아파트에서의 삶은 외관만큼이나 딱딱하고 재미없고, 차가워 보인다.  반면에 골목에 즐비하게 들어선 서로 다른 집들은 똑같은 집이 하나 없이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해를 들이는 창문도, 대문도 담벼락도 모두 다 개성있는 얼굴이다.  그런 점들이 그를 골목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골목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른 외관 만큼 느낌도 다 다르다.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따뜻하고 언젠가 와본 것 같은 익숙한 동네, 낯선 외지인에게도 한없이 친절한 동네가 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처럼 부자들이 사는 동네들도 있지만, 작가가 찾아간 대부분의 동네는 가난한 이들의 터전이다.  이런 가난한 동네는 곧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부수고 무너뜨리는 수순을 남긴 곳들이다.  그런 급박한 상황이 진행되는 곳의 인심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짜증과 면박, 노인들의 화난 목소리들이 돌아온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힘들고 가난한 살림을 뭔 구경거리 난듯이 낯선이들이 들어와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어대는게 좋게 보일리는 없다.  자신들의 초라한 일상을 들켜버린 듯, 동물원에 원숭이가 된 듯한 느낌이 그들을 화나게도 했을것이다.   

그런 동네에 정부기관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화가나 대학생들을 불러들여 그림을 그리게 하고서는 동네가 180도 바뀐 곳도 있다.  벽에 계단에 대문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예쁘다.   동네가 예쁘게 변하면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오고, 영화를 찍어가고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동네 사람들 인심도 변한다.  재개발 계획도 철수하고, 더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을 하면서 동네에 활기가 넘치고 활짝 웃는 주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점점 더 이런 골목들이, 한옥마을들이 없어지는 추세여서 먼 미래에는 사진으로나마 볼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는데, 이런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서 오래도록 유지되고 발전되면 참 좋을 것 같다.  ^^

어쩌면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이런책이 아픔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고생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서 아픈 상처를 건드리게 될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런 고생을 모르고 자란 나는 그저 어렷을때 잠깐 뛰어놀던 어린시절 골목길과 오버랩이 되면서 책을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게 되는 시간이었다.  멋진 사진들과 함께 추억여행 제대로 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