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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몇달 전에 읽은 책 "아빠 어디 가?" 의 저자 장 루이 푸르니에. 이번에는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이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장 루이 의 아이들 입장에서 본 아빠 장 루이 푸르니에를 말하는 걸까? 진짜 장 루이의 아버지일까? 했다. 정답은.. 후자이다. 장 루이 푸르니에의 아버지 이야기.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의 이야기에 이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출판일로 보아 아버지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 모양이다.
장 루이의 아버지는 의사이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유명한 의사였단다. 한가지 흠이라면 술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술에 취해 진료를 볼 정도로 알콜중독자의 길을 걸었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아버지. 유쾌한 사람이었던지 재밌고 좋은 사람으로 또한 의사로서 존경받는 아버지였다고 아들인 장 루이 뿐만 아니라 동네에 살았던 이웃들도 증언한다. 아버지의 장례식때는 비가 많이오고 추운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슬퍼하고 울었다고 한다. 정작 그의 가족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장 루이 특유의 블랙유머가 역시나 돋보이는 책이다. 무심한듯 보이면서, 남의 얘기하듯이 슬픔도 괴로움도 담담하게 써내려간 특유의 필체가 느껴진다. 비난하는 듯 하면서도 속내는 안타까운 심정도 녹아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토막 토막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 그 작은 순간을 어린 장루이의 시각으로 잘 표현이 되어있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진료를 해주고, 돈에 대해선 일체 무관심하고 천박하다고 여길 정도여서 네명의 아이들과 부인은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때로 물건을 집어던져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장 루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존경스러워 하는게 느껴진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지금은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은 사람이 되어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세상을 사는게 쉽지 않다는 걸 진작에 알아버린 장 루이. 힘든 삶을 살기 때문인지 부쩍 더 그리워하는 것 처럼 보인다.
책 왼쪽에는 짤막한 일기형식으로 단편의 일화가 소개되고 오른쪽에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 그다지 두툼하지도 않고 금방 다 읽을정도의 짧은 분량이다. 장 루이 아버지가 궁금한 분이라면 일독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