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정 윤, 이명서, 윤미루, 단이 그리고 윤교수.
등장인물은 윤교수를 제외하고 20대의 팔팔한 청춘들이다. 하지만 팔팔하다는 표현은 왠지 어색한 젋은이들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삶이 우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가?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정신적으로 많이 엮여있는 소중한 사람 말이다.
4명의 주인공은 공통적으로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 언니, 엄마, 친구 함께 웃으며 보낸 세월이 얼마나 많은데, 해주지 못한 일들, 해주고 싶은 말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루아침에 그들은 먼 곳으로 떠난다. 자살로 또는 병으로 죽음을 안겨준다. 그런 상처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지, 주인공들은 서로를 첫눈에 알아본다. 둘 도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된다.
그 죽음을 본인이 지켜보면서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일까? 서로서로를 위로하며 같이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들은 각자 본인이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과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
"내가 제안 하나 할까?"
"열, 스물, 서른... 이 될 때마다 달려가서 그 사람을 껴안아주는 거야."
"안아준다구?"
"응"
"모르는 사람을?"
"응"
(...)
"모르는 사람을 백 명쯤 껴안고 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아."
또다른 죽음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명서는 윤에게 모르는 사람을 껴안아 보자고 제안한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저 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처럼, 우리처럼 아파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사람을 껴안아 주면 아픔이 좀 줄지 않을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든일이 있는가보다! 고 느끼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될거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위로라도 극단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잖아. 모르는 사람들을 껴안으면서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너도 나도 지금은 위로가 필요하잖아. 명서가 말하지 않은 속내는 이런게 아니었을까.
(...)
인간은 불완전해. 어떤 명언이나 교훈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존재지. 그때 나는 뭘 했던가? 하는 자책이 일생 동안 따라다닐걸세, 그림자처럼 말이네. 사랑한 것일수록 더 그럴 거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 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그 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
윤교수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도 똑같이 겪었던 고통을 돌아보며 해주는 말이다. 후회가 되면 후회를 하고 또 하고, 잊어버리려 애쓰지 말고 생각나면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생각을 하라고 한다. 고통이 느껴지면 고통이 없어질때까지 느끼고 느껴라. 대신 그 절망과 고통이 영혼을 깨트리고 훼손되지 않기만을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이다.
어.디.야?
내.가.그.쪽.으.로.갈.게
두말 안하고 두번 생각 안하고 어느순간이든, 어디든 달려와 줄 수 있는 그와 그녀의 친밀함이 부럽게 느껴졌다.
90년대 이후로 일본작가의 소설들이 청년기의 사랑과 열병을 대변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느껴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외국말이 아닌 우리언어로 된 성장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나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장소설로 두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황석영작가의 <개밥바라기 별> 과 신경숙작가의 이 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두 권을 성장소설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