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전에 읽은 <엄마의 다락방> 전에 출간된 책으로,  <마음가는대로>가 먼저 나오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많은 독자들의 성원으로 <엄마의 다락방>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 명성만큼이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엄마의 다락방>을 먼저 읽은터라 다 읽고서도 퍼즐조각이 맞지 않은 채로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퍼즐이 완성된 느낌이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쓴 15통의 편지를 엮은 책이다.  언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손녀는 애써 키워준 할머니를 버리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비행기 타고 떠나는 날까지도 도도하고 새침하며 냉정한 표정을 풀지 않는다.  "버크와 장미정원이나 잘 보살펴 주세요!"  떠나는 뒷모습에서 새어나오는 마지막 말이었다.  형식적인 포옹이나 흔히 이별하는 가족들이 하는 일련의 행사도 손녀는 당당히 생략한채 뒷모습만 쓸쓸히 보여준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들,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80이 넘은 나이로 이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과 손녀가 없는 시기에 혼자 죽음을 맞이한다면 손녀가 떠안아야 할 상처와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또 깊은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못다한 이야기들을 꼭 들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에 손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 시절엔 다들 그렇게 살았을까?  애정표현이 한번도 없었던 엄마, 아빠를 둔 어린시절의 할머니. 사랑없이 이루어진 결혼생활과 부엌과 욕실과 정원으로만 맴돌아야 했던 여인들의 삶.  따뜻하게 안아 준 사람 없는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면서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며,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라 여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대상이 남편이어도, 자식이어도 나 스스로를 먼저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일이 먼저인 것 같다.

손녀가 알고 싶어하는 죽은 엄마의 일들은 할머니에게는 되새기고 싶지 않은 과거의 깊은 상처들이었다.  그 얘기를 꺼내기 위해선 할머니 스스로가 인생을 잘 못 살았고, 자식을 잘 못 키워낸 점을 인정하고, 드러내야 하는 치부여서 끝내 손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지 못했었다.  편지에는 되돌리고 싶고, 후회되는 과거의 그때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과 속마음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떤 사건이든 지나고 나서 정답이 보이는 것처럼 지나고 나면 그런 행동들이 후회되고 자책이되는 일들이 있다.  인생 굴곡을 이겨낸 할머니의 지혜와 경험이 어우러져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한다.  지금 시대에 읽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을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할머니도 엄마도 손녀도 모두 가엾다.  모두가 안타깝고 측은한 힘든 인생을 살아 왔다. 
내가 해줄수만 있다면 따뜻한 미소와 함께 오래도록 껴안아 주고 싶은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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