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삼십대 후반을 향해 있는 지금의 내가 노후를 얘기하는게 조금 이른 것 같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도 아직 어리고 할머니가 됐을 내모습, 할아버지가 됐을 남편을 상상하는게 쉽지 않다. 먼 훗날의 언젠가는 내게도 닥쳐올 일이지만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요즘 연금이다 보험이다 각종 광고들을 보면, 이렇게 편하게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게 잘못이라고 얘기한다. 젊어서부터 준비하라고 자꾸 부추긴다.
이 책은 돈 걱정없는 노후보다는 상속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속’을 주제로 한 재테크 소설이다. 주인공 김수성이란 남자의 스무살 부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손자를 볼 때까지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하면서, 상속이란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해주는 책이다.
우선 생각해보자! 상속! 상속이 뭔가?
나는 상속이라 하면 부자들이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물질적인 재산을 생각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 생각이 바뀌게 되는데,
우선 물질적인 것만 상속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정신적인 재산도 상속에 속한다. 또한 금전적인 상속의 경우도 100억을 물려주는 경우와 1억을 물려주는 경우에도 모두 분쟁의 소지는 가지고 있다. 외동아들, 외동딸로 자식이 혼자인 경우에는 조금 사정이 낫겠지만, 자식을 여럿 둔 경우에는 틀림없이 사소한 문제가 미묘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트러블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까 물려줄 재산이 한푼이라도 있다면, 상속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외벌이든, 맞벌이든 돈을 벌어 오는 사람은 본인이 벌어 들인 수입은 내꺼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수입은 근로자 혼자만의 돈이 아니고 가정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일정한 양만큼 기여한 것으로 그런 생각은 틀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내가 벌어들인 돈을 이건 배우자의 몫, 이만큼은 큰아들 몫, 요만큼은 딸내미 몫... 이렇게 구분지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나 혼자 번 돈을 가족들이 쓴다고 해서 노엽거나 화나는 일이 없을거라고 한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큰 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도 "어차피 이 돈은 내 돈이 아니었어~ " 하면서 쿨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상속을 위해 유언장을 흔히 작성하게 되는데, 유언장에 담기는 내용은 해당되는 가족 구성원과 협의와 공감대를 거쳐 함께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한다. 드라마에서나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모 재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과정이 생략이 된 경우다. 아이들은 분명 내 몫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언제쯤 줄건지 그런 중요한 얘기들을 안해주니 막막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하지 못하는 답답한 심정이 된다. 마침 돈이 필요한 시점인데 부모는 꼼짝 안하는 경우에 사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부모, 자식간에 상속에 대한 이야기를 사전에 했더라면, 내용을 서로 공유했더라면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형식으로 엮여 있어서 재밌다. 재밌게 읽으면서 한번쯤 나를 생각하게 한다.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공감하는데 어렵지 않다. 심심할때 유언장이나 써봐야겠다. 계속 수정해 가면 되는거니까 부담없이 적어보면서 자산, 부채에 대한 정리도 하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