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어제 토요일에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연수’를 한다기에 다녀왔다.
학부모 연수는 끝이 났는데, 주연군은 아직 1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기에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기다렸다가 같이 오기로 했다. 
1시간 동안 뭘하나 하다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어른들 책은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있었다. ㅎㅎ

성격이 느긋한 편이고 게으른 주부인 나와 제목이 딱 어울렸다. 
[굼벵이 주부]  딱 나인거 같네!  ㅎㅎ
책도 그리 두껍지 않고, 단편 단편이라 금방 진도 나갈 수 있겠다 싶어 펼쳐들었다.

저자도 생소하고, 별 기대없이 펼쳐 든 책인데 너무 재밌다.  어쩜 이렇게 재밌게 썼는지 모르겠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저자는 그동안 그림책, 어린이책을 많이 냈다고 한다. 
이 책은 신문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판한 것이다.

"엄마와 아내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굼벵이 아줌마의 유쾌한 수다"  라고 적혀있다.
딱 한줄로 책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이 책은 아이가 있는 주부가 읽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크크크"
"히히히"
"맞아. 맞아. 딱 내 얘기네~!"
할 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결혼을 안했거나 신혼이라면 공감을 잘 못 할 거다. 
우리나라 아내들만, 주부들만 그런 삶을 사는 줄 알았는데, 
오스트리아 주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여자들의 삶이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다.  씁쓸하기도 하고.

제일 공감을 많이 했던 글을 하나 옮겨본다. ^^

(...) 우리가 상상하던 자신의 미래상은 상냥하고 명랑하며 침착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매사에 공정하고 너그러우며 사려 깊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다. 
특히 아이가 생기면 정말 자상한 엄마가 되어 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생의 동반자에게도 한때는 이상적인 배우자가 되어 주려고 했다. 
그리고 서점에 나오는 주요 신간은 모두 읽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 시절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뒤 우리가 반쯤 잠든 남자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군것질을 하면서, 
또는 겉뜨기 두 번 안뜨기 두번을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정말이지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다. 
단지 젖은 수건을 아무 데나 놓아두었다는 이유로 아이들한테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일로 치부했었다. (...)


젊었을때 아가씨였을때 그런 꿈들을 나도 꾸었었는데,  지금의 내 모습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다.  
대다수의 주부들도 예전에 나처럼 핑크빛 꿈을 꿨을텐데... 그 꿈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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