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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꿀벌의 집]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때 어떤 내용의 은유적인 표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틀렸다.
진짜 벌들이 사는 곳에서의 이야기,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있다.
주인공 ’히라오카 리에’는 아버지가 안 계신다.
살아계실때의 아버지는 부드럽고 화도 잘 안내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리에는 자살하는 아빠에게서 정신적인 폭력을 느낀다.
고통과 상처로 인해 정신적인 폭행을 당한 느낌.
살아 생전엔 가정내 폭력과는 무관했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안 계시고 달랑 모녀만 남겨진 상황이지만 어쩐일인지 엄마와는 계속 삐걱대며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어머니와 딸은 각자 따로 살게되고 가끔 안부전화 하는 것으로 모녀의 끈은 이어진다.
물론 안부전화의 끝은 항상 싸움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꿀벌의 집’은 리에가 두번째 직장으로 택한 곳이다.
평소에 이런 쪽에 전혀 관심이 있었던 아이가 아니었는데도 우연히 꿀벌을 보고나서는 계속 마음이 끌린다.
이런게 아마 운명인가 싶기도 한다.
꿀벌의 집은 이름만큼이나 달콤한 곳이다.
꿀벌이 있는 곳은, 아니 있어야 할 곳은 달콤한 꿀과 향기가 가득한 꽃 주변이다.
그래야 꿀을 많이 가져와 벌집을 꽉~ 꽉~ 채워줄테니까.
꿀벌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달력과 인간의 생체리듬을 따라 생활하는게 아니라 철저히 꿀벌의 생활에 사람이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꿀벌과 지낸 시간이 6개월, 1년을 넘긴 사이에 이젠 천직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리에.
엄마와의 계속되는 어긋남, 오랜 남자친구와의 결별 등 마음이 외롭고 우울한 삶이
자연과 벌과 함께 생활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찾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남자친구도 생기고 엄마와도 살가운 사이는 아니지만 차츰 나아지는 상황이 되어간다.
새롭고 낯설지만 꿀벌과 지내는 주인공의 삶에서 심신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아름답고 다양한 꽃들의 묘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이 책은 정말 특별한 내용은 아닌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 신기한 경험이다.
책이라는게 지식도 주지만 머리에 산소를 불어 넣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는게 감탄을 하게 한다.
꿀의 달콤함과 꽃들의 화사함, 아름다움 이런것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산소같은 소설이라고 이 책을 선물로 주신 분이 이야기하신게 이해가 된다.
나도 그 의견에 100% 동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