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읽었다. 

일요일인 어제밤에 잠이 안와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가 잠 안올바에야 책이나 읽자하고 집어들었는데,
제법 두툼하니 400페이지나 되는 책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참 재밌다.  재밌다기 보다 속에서 뜨거운 울분이 일고 속상하고 안타깝고 힘없던 대한민국이 원망스럽다.
나라도 빼앗기고 왕이 있긴하나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조선인이면서 조선의 주권이란 없었던 시절...

영친왕에 이어 덕혜옹주도 볼모로 일본에 가게된다. 그 때 황녀의 나이 열세살.
아버지 고종을 하루아침에 잃고, 어머니 양귀인과도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낯선 원수의 나라 일본으로 가게된다. 

일본에서의 생활이 낯설고 일본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등 갖은 수모를 겪는다.
그러는 동안에 들리는 그리운 조국의 오라버니 순종의 죽음, 잇따른 어머니의 죽음까지...
왜 힘들고 상처가 되는 일은 연달아 일어나는걸까?  
이런 여러 사건들을 어린나이에 접하면서 서서히 깊은 슬픔과 우울에 빠져든다.
예전 고종이 살아계실때 업어달라며 총명한 눈으로 애교를 부리던 덕혜옹주는 더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황녀 주위에 의지할 만한 사람들을 다 빼앗고도 그것으로도 덕혜옹주가 눈에 가시였는지
일본남자와 결혼까지 추진을 한다.   한국의  매국노들이 더 무섭고 잔인하다.

조선의 황녀로 일본인과 결혼을 시킨다는 건 무슨의미인가?
조선인의 뿌리를 철저히 뽑아 없애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말이다.
힘없는 조선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식민지배를 받는 조센징일 뿐이었다.
도망도 치지 못하고 황녀의 몸으로 맘대로 죽을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이다.

조국,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나라를 꼭 되찾아야 하는데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서서히 서서히 정신을 놓기 시작하며 나중엔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누군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싶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이면서 황녀로서의 삶은 한번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비련의 주인공 덕혜옹주.
덕혜옹주 자신이 서서히 시들어 갔듯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도 덕혜옹주는 잊혀져 갔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그렇게도 그리운 조선에 돌아오지만...
그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는 조선의 품에서 긴 잠에 빠져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