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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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
둘째아들 토마가 작가인 장 루이 푸르니에에게 하는 질문이다.
"집에 간단다"
1분이 지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순진하게 토마가 또 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 어디가?"
"...."
그렇게 열번 이상 같은 질문을 한다.  소리를 못 듣는 귀머거리도 아닌데 말이다.

눈치챘듯이 토마는 장애를 가진 아이다.
큰 아들 마튜는 말을 하지 못한다.  마튜 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다.
그나마 토마는 말이라도 하지만 마튜는 그 마저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부서지기 쉬운 뼈를 가졌고 두 발은 뒤틀렸으며, 얼마 가지 않아 등마저 굽었다.
토마도 마튜와 같은 장애를 가졌다. 마튜보다 약간 덜할 뿐이지만, 곧 비슷해진다.

장애아의 아빠는 웃을 자격이 없다. 웃는다는 것은 최고로 눈치 없는 행동일 테니까 말이다.
장애아를 둘이나 가진 아빠에게는 이 모든 조건이 곱빼기가 된다. 곱빼기로 슬픈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푸르니에는 슬픈 상황, 우울한 현실에서도 블랙유머를 잃지 않는다.

때로 블랙유머가 너무 솔직해서 독자로 하여금 멈칫 하게 한다.
뒤에 숨겨진 깊은 고통이 느껴지곤 해서다.
차 안에 우리 셋만 있을 때면, 별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곤 한다.
가스통 하나와 위스키 한 병을 사볼까? 그리고 다 마셔버리는거야!
이러다 대형 교통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내 아내를 위해서는 말이다.
난 점점 더 피곤한 스타일이 되어가고, 아이들은 크면 클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 
나는 두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은 채 가능한 오랫동안 속력을 내본다.

장애아를 키운다는게 현실로 다가온다면 어떨까?
말로서 통제가 안되는 건 당연할테고, 몸까지 불편한 아이라면 아이의 손과발이 되어야 하고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예쁜 내자식이라해도 그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장애아로 태어난 죄없는 아이들을 놀려댄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 아이들을 놀려댐으로써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자기자신을 놀려대는 것이다.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나게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누려야 할 행복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아빠가 한 일에 대해 잘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요. 우리를 보세요. 다른 아이들처럼 정상적인 아이를 만드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이던가요? 정상적인 아이들이 매일 태어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생각해보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았나 싶어요. 천재로 낳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정상적인 아이로 낳아주길 바랐을 뿐이에요.(...)

마튜와 토마라면 정말로 저런말들로 원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푸르니에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장애아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 아빠를 용서해라! ’  이말이지 않을까 싶다.

정작 아이들은 아빠 말을 이해하지도, 글도 못 읽지만 아빠는 아이들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정상아들이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부러워하고 또 부러워했던 푸르니에.
다른아이들처럼 책을 읽어주고, 음악을 같이듣고, 미술관도 같이 가고 
함께 할 것도 많고, 들려줄 이야기도 많은데, 추천해줄 책도 많고 선물해주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깊고 깊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프랑스에서 블랙 유머와 따뜻한 감동 넘치는 글을 써서 유명해진 방송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쓴 이 책도  독특하고 유머 가득하게 글을 썼다.
본인 자신도 눈물에 호소하며 신파극으로 치닫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동정을 사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서 작가를, 토마를, 마튜를 동정하면 안되겠지!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받아들여 블랙유머를 보고 썩소한번, 씁쓸한 미소한번 날려주는 것으로 이 책을 덮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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