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작가와의 세번째 만남. 물론 책으로의 만남 ^^
이번엔 여자들의 이야기 ’걸’ 이다.
[오 해피데이] 와 마찬가지로 몇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띠동갑
2. 히로
3. 걸
4. 아파트
5. 워킹맘
공통점이라면 모두 30대의 오피스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독신녀와 아이가 없는 유부녀 그리고 이혼하고 돌아온 싱글녀가 주인공들이다.
일하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
고민했음직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더 가깝게 와 닿는다.
공감되는 내용도 많아 일본이 위치적으로만 가까운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많이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 34살의 독신여성인 요코는 신입사원 지도선배가 된다. 그것도 띠동갑이나 차이나는 어린 남자후배 신타로.
게다가 요코 뿐 아니라 모든 여사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키크고 잘생기기 까지 한 일명 꽃미남.
회사 여사원들로 부터 날아오는 추파들이 요코의 눈엔 뻔히 보인다.
질투도 느끼고 신타로의 상대가 될 수 없음에 우울해 하기도 한다.
나 역시 회사에 꽃띠 젊은 후배들을 보면 어찌나 이뻐 보이는지,
역시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빛이 나는 게 나도 저 나이때 선배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 히로는 이 책의 다른 단편들 중에 제일 재밌게 봤다. 여자 입장에서 속이 시원하고 뻥~ 뚫린 기분.
이 책이 몇년도를 바탕으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기업에서 여사원이 간부자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가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파트 또는 부서의 대장 자리는 여전히 남자의 몫이다.
아직 아이가 없는 세이코에게 나름대로 중요한 업무를 다루는 부서인 3과 과장의 자리가 맡겨진다.
부하사원은 5명이 배정된다. 그중에 이마이 계장은 유일하게 연상이다.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스타일인 이마이 계장과의 업무에서 충돌, 여자 과장을 무시하는 태도,
소신있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과 창의를 모토로 부서원을 이끌려는 세이코와 계속 부딪치는데...
세이코는 이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이 남자는 여자라면 마누라랑 호스티스랑 부하밖에 모른다.
여자가 그런 위치에 있으면 자기도 느긋하게 대하면서 내가 지켜주겠다는 식의 자세를 취한다.
반대로 세이코나 유코처럼 남자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에 대해서는 오로지 적개심만 불태운다.
다행히도 내 주위엔 이런 사람은 없었던 거 같다.
* 일본에서 걸은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32살의 주인공 유키코 그리고 36살의 미츠야마 선배는 모두 ’걸’ 에 머물러 있다.
본인들은 ’걸’이 아닌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들을 제외한 주위에 다른 사람들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 사실을 본인들만 모른다. 아니면, 모른척 하고 싶은거겠지.
하나 둘씩 걸이 아님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오고 그런 작은 해프닝들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 친한 친구인 메구미가 아파트를 산다.
그 사실에 가벼운 충격을 먹은 주인공 유카리.
유카리도 아직 남자친구는 없지만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정하는데...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면 비싸고 좋은걸 먼저 보면 안된다. -.-
한번 뿅~ 하고 반해 버리면 그보다 저렴한 다른것들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유카리도 천만엔이나 모자라는 아파트에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 아파트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다이어트 해야한다.
’ 현상유지, 약간절약, 사치는 금물 ’ 세가지 코스 중에 ’사치는 금물’ 코스를 선택할 만큼 무리한 다이어트.
* 워킹맘은 돌아온 싱글녀 이야기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과 둘이 살며 회사를 다니는 36살의 다카코.
다카코는 일과 사생활은 구분하며 다른 사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씩씩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싶은데,
주위에 동료 선,후배들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다카코를 너무 많이 배려해 준다.
그런 배려가 눈치 보이며 거북해 하는 다카코. 동정하는 거라면 노땡큐~!
여자들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잘 알고 있는지 참 신기하다.
회사에서도 보면, 분명 남자인데 얘기하다보면 친한 언니같고 동성친구같은 남자들이 간혹 있다.
작가도 혹시 그런 타입인가? ㅎㅎ
참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