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가 된 딸아이에게 매주 한편씩 쓴 편지형식의 산문집이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들을 그대로 읽어주기도 하고, 작가의 생각을 곁들여 추가한 내용으로 
말로는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글로써 전달하는 느낌도 있다.  ^_^

아들만 있는 나는 읽는내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ㅠㅠ)

아들에게 쓰는 편지였다면 별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여자인 딸과 책 읽은 얘기, 경험한 인생얘기, 주변 친구들 얘기, 이런얘기 저런얘기
맥주잔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가 어찌나 부럽던지.
아들이었다면 틀림없이 긴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성차별을 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남자와 여자의 다름의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책 여기저기에 밑줄을 긋고 싶을만큼 좋은 글귀들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 책에서 따온 얘기들이고 작가가 위녕에게 전달하고픈 메세지들이다.
작가가 엄마인 위녕의 입장에선 잔소리로 들릴지 어떨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위로가 되고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다.
 

   
 

 마지막 천사가 창조 되었을 때 그에게 ’미니멜’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모든 천사들 가운데 가장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략) 

미니멜은 절망하기 시작했고, 죽기로 결심한다. 천사는 불멸의 존재라 자살이 불가능해서 자기를 만든 신에게 찾아가서 없애달라고 부탁한다. 신은 곰곰 생각하다 대답한다.

[나의 창조물들을 자세히 보아라.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 이다.  나는 너 없이도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지만 만일 그랬다면 세계는 내 눈에 영원히 불완전하게 보일 것이다.

 
   

 온 우주를 통틀어 각각이 하나의 원본인 우리들은 스스로가 원본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나 역시도 좀 더 나았으면, 좀 더 잘했으면, 좀 더 예뻤으면 하는 나의 컴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모두는 늘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 석에 앉혀놓고, 피고석에 앉아 우리의 행위를 변명하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늘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 자리에 앉힌 것은 누구일까?
그리고 작가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제 피고석을 떠나겠어!  오늘부터 내 배심원들 다 해고야..." 

 

   
  위녕!  네 인생에 어려운 일이 닥치거든, 네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너를 압도하거든,
너의 한 그릇의 밥, 한 줄기의 물, 한 방울의 눈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거라. 
그들에게 줌으로써 너는 얻게 된다. 네가 필요한 모든 위로와 새 희망을 말이야.
 
   

생에 가장 어려웠던 순간, 시련이 닥친 순간에 그것을 극복했던 비밀을 딸에게 알려주는 문장이다.

그 봉사와 그 사랑이 주는 해방과 구원.
나도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런지...

지금의 내 삶이 위로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지만, 머리속 한 공간에 저장시켜 놓고 필요한 때에 꺼내려고 한다.

그나저나 수영은 하러 갔을까?  끝내 못 갔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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