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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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지영 작가 책만 찾아 읽다가, 요즘은 성석제 작가 책을 열심히 찾아 읽고 있다.
이번이 두번째 작품으로 만난건데, 특유의 맛깔스런 표현들은 조금 덜 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석제 작가 다운 표현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차례를 보면,
- 여행
- 지금 행복해
- 설악 풍정
- 기적처럼
- 피서지에서 생긴 일
- 톡
- 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
-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 깡통

단편소설로 이뤄진 책으로 책 제목인 지금 행복해는 두번째 이야기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봤는데, 작가는 유난히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도 여러가지 이야기들 주위에서 한번쯤 들어봄직한, 이웃에서 벌어진 것 같은 친근한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 '지금 행복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 행복해는 아들이 아버지와 친구하기로 하면서 아들입장에서 아버지의 일생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무능력하고 생활력없는 아버지였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당구, 노름, 마약, 술 각종 안 좋은 것들에 차례차례 중독되는 인물이다.  
그 덕분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그 많던 부모님 재산도 모두 탕진하고 아내도 떠난다.

"도장 쾅 찍어줘. 남편으로서 부인한테 해줄 수 있는 일 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나중에 생각해도 참 잘했다 싶은 보람있는 일일거야."

아버지에게 이혼서류를 갖다주면서 담담히 말하는 아들..

"섭섭해?"
"내 주제에 뭘. 엄마가 너한테 원룸이라도 한칸 남겨주니까 고맙지."
"어라, 설마 위자료 같은 거 바라는 건 아니겠지?"
"야, 절대 아냐. 내가 그런 거가 또 뭐 필요하냐. 그냥 조금 벌어서 쓰고 살고 하면 됐지. 나, 지금 무지 행복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아버지는 술을 마신다. 
이혼이 법적으로 성립되는 석달내내 술을 마시고, 또 마신다.

"내가 마음이 약하잖냐. 보호자 승인 없이 절대 전화, 면회, 퇴원 없는 조건으로 넣어버려. 내가 꼭 나아서 나올게, 친구."
제 발로 요양시설로 가는 알코올중독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여러 중독에 푹 빠졌다 다시 살아나오고, 아버지는 지금 또다른 중독에 빠졌다.
아버지는 눈물중독자다.

내용만 보면, 무책임하고 무능한 아버지 밑에서 불행한 가족사 얘기이다.
내 얘기가 아니어서일까?   읽고 난 지금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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