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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조선의 궁중 무희 ’리진’
이름도 성도 모른 채 ’서나인’, ’이화’, ’은방울’ 이라고도 불리웠던 여인.
어려서 천애고아가 되어 어린 나이로 궁에 들어가 왕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름답고 총명한 궁녀로 자라나 프랑스 외교관의 아내가 되는 인물이다.
궁안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왕의 여자여서 궁녀에 대한 사랑은 금기에 해당되며,
그 rule을 어겼을때는 사형에 처하기도 했단다.
그런 궁녀 리진에 대한 사랑이 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공사 ’콜랭’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숨길 수가 없다. 극기야 왕에게까지 털어놓게 된다.
" 무희를 은애하게 되었습니다. "
" 허락해 주시면 무희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친딸처럼 리진을 아꼈던 왕비 덕택에 궁중의 법을 어기고 머나먼 프랑스로 공사를 따라
떠나게 된다. 그 당시에 여인의 몸으로 나라를 떠난 일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역사....
새로운 세계로의 호기심이 무척 강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리진이라 해도
스무해 남짓 살아왔던 모든 것을 버려야 되는 상황인데도 망설임 없이 콜랭을 따라 나선다.
"나를 루브르에 데려가세요"
"노트르담 대성당에 데려가세요"
"불로뉴 숲에도, 카르티에 라탱 거리에도 데려가세요"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따뜻한 바닥에서 자는 사람이 침대생활에 적응이 어렵듯이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에 매일 놀라는 일에 연속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시체를 구경할 수 있는 모르그, 팡테옹, 몽파르나스 묘지, 노트르담 성당..
나도 가보지 못한 프랑스의 유명한 곳들... ㅎㅎ
모든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조선의 궁녀에서 프랑스 귀족부인으로의 계급상승도
리진을 향수병에선 구해주지 못했다.
향수병이 깊어 몽유병이 생긴 리진을, 콜랭은 며칠간의 휴가를 얻어 다시 조선으로 향한다.
그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영원할 것 같던 콜랭의 사랑도 4년이면 유효기간이 끝난것일까?
왕비가 "혼인식도 하지 않고 저 아이를 이리 데려오면 저 아이는 옛날 신분 그대로인 궁녀일 뿐이오."
프랑스로 떠날때도 쉽게 떠났듯이, 조선에 다시 들어온 이상 왕비의 명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
"미안하오. 떠나온 사람은 나인데, 당신을 조선에 두고 온 사람은 분명 나인데 왜 나는 내가 당신에게서 내침을
당했다 여겨지는지.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쓰라리오."
"나는 당신의 나라에서 ’소인’이 아니라 ’나’로 살았으며 행복했습니다. 미안해 하지 말고, 나로 인해 자책도 하지마세요.
이제 나를 당신에게서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헤어지는 두사람.
이후 발생되는 ’을미사변’.. 리진의 운명은..?
책을 읽는 며칠간 리진에 푹 빠져 지냈다. 리진이 태어난 시기가 21세기였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규제와 궁중의 법도가 온 몸을 휘감아 꿈쩍 못하는 조선시대가 아니라, 좀 더 자유스럽고 능력이 있으면
그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지금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 많이 행복했을테고, 더 많이 누렸을테고, 국익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