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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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했다. 개봉 전에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다 결국은 개봉일이 가까워 져서야 책을 집어들었다. 그의 텍스트는 담백하다. 그리고 그의 소설에는 누구나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음이 다분히 느껴진다. 그 인생이라는 단어가 전하는 느낌은 한편으로는 중국 작가 '위화'와 조금은 닮은듯 하다. 하지만 위화의 소설이 오롯이 깊이감과 짙은 여운,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인생을 다시 조심스럽게 꺼내어서 깨달음을 준다하면, 천명관은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인생을 야기하고 있다. 작년쯤 읽었던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그러했다. 한 남자의 일생,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삶이 기막히면서도 씁쓸한 웃음이 피식피식 흘러 나온다. 

 

소설 <고령화 가족>도 그러하다. 중년의 나이에 엄마의 집에 모여살게 된 삼 남매. 영화 감독의 길에 뛰어 들었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은 둘째 인모, 화려한 전과를 지닌채 백수로 지내는 120kg의 거구인 쉰 살 넘은 한모, 바람을 피워 이혼 당한 셋째 미연과 그녀의 딸 미경. 그 삼남매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마 남지 않은 보상금으로 겨우 얻은 엄마의 작고 좁은 집에서 복닥거리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철없고 후즐근하게  나이 든 그들 삼 남매를 엄마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한다. 조카와 피자 한조각을 두고 싸우는 첫째 비대하고 거대한 한모나 , 이혼 당했음에도 여전히 이곳저곳 남자들에게 기웃거리는 셋째 딸 미연이나, 공부에는 전혀 관심 없을뿐 아니라 버릇없고,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조카 미경, 그리고 그런 조카에게 용돈을 삥 뜯는 둘째 인모(나)나.. 표면적으로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렇게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알지 못했던 한명 한명 그들의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이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하나씩 드러난다. 자식 밖에 몰랐고, 억척같이 없는 살림에서도 고기를 먹이려 하며 ,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 올바른 인생 길을 살아왔을 거라 자부했던 엄마의 또다른 이면 속 어두운 진실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기도 했다. 박복하다 싶을 정도로 이들의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이들 가족의 일상의 생존기는 단순히 혈연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혈연이 비록 진한 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 집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구성으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고령화 가족>은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을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천명관의 소설은 그러하다. 단순히 그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필력으로 웃음, 눈물,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그  텍스트들의 사이 사이에 스며있는 인생과 가족,그리고 사회, 영화, 충무로, 범죄 등을 단편적으로 조금씩 드러내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장대한 범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듯 하면서도 어느 적당한 경계선까지만 끌어올려 폭 넓은 감정선을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현실과 가상을 잘 버무려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천재의 이야기 꾼이라는 수식어가 달리 만들어 졌을까. 이번 소설 <고령화 가족>은 비록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보다는 감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러함에도 가볍게 잘 읽히는 소설이다. 또한 이 소설 속 캐릭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한 탓에 영화 속 캐릭터들이 소화하기엔 조금 버겁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을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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