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 록이와 밤삼킨별의 Sentimental Book!
이록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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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들어있는 에세이라는 것이 조금은 내게 끌림을 주었다. 일상, 감성, 여행 에세이를 자주 접하는 내게 詩 라는 느낌은 당연히 호감과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표지의 색감도 그리고 밤삼킨별 님의 손글씨도 워낙 좋아하는 터라 , 집어들었다. 하지만 이 얇은 한권의 에세이는 좀처럼 내게 쉽게 다가오질 못하는듯 했다. 난해한듯 몇번을 곱씹어도 잘 이해할수 없는 아리송한 텍스트를 나는 고스란히 내 것으로 흡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어느 한 편의 시는 고스란히 내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가 하면 어떠한 시는 그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편의 시와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으니, 시가 난해하다 해도 저자가 슬금슬금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내가 단정지어 버린 '사랑' 과 '이별'에 대한 한계적인 또는 한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시선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한다. 이 에세이는 단순히 남녀 사이의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듯하다. 당연히 그러한 남녀간의 사랑도 내포되어 있지만 , 그 사랑의 다양한 표현과 그리고 이별, 삶과 지혜, 그리고 아픔, 생명에 관해 그 의미들을 가벼운듯 무겁게 , 적어 내려가고 있다. 소개글에서도 볼수 있듯이 20대에는 기쁨, 30대는 아픔, 40대는 그리움. 으로 읽는다 했다. 그러하다고 하지만 나는 왠지 아픔과 그리움이 더 크게 다가왔을까. 그러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설레임과 기쁨 보다는, 지나간 시간 속을 다시 억지스럽게 끄집어 내야 했던, 그리고 다시 그 아픈 기억들을 다시 곱씹게 만들었기에.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 진다>는 한편으로는 무덤덤히 읽혀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득 문득 저릿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꾸밈스런 텍스트인가 싶으면서도 ,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몽글거리니, 이러한 내 스스로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난감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은 작위적인 텍스트로 느껴짐이 잦기도 했더랬다. 공감을 하면서도 그 텍스트가 자연스러움이 아닌 조금은 돋보이게 하기 위한 미사여구나 작위적인 느낌이 드니,  흥이 덜했는지도. 그것이 과하다 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여서 심기가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한 느낌이 마음 한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편협한 독서습관으로 인해 부러 시집을 조금 가까이 하지 않음을 스스로 자책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어찌보면 어렵지 않은 시 인데도, 나는 이러한 것도 고스란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에세이는 조금은 낯설고 자주 접하지 않았던 표현들로 내게 당혹감을 한웅큼 안겨주긴 했지만, 나는 여러 시인들을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는 큰 감흥과 공감을 선물하지는 않을지라도, 한번쯤 가볍게 읽어봄직하다.

 

 

-책 속에서

힘들고 괴로웠던 지난날을 잊을 수 없는 건, 내가 그대에게 보낸 괴로움의 이유 때문입니다. 어리석었던 날들이었지요, 그 때 내 입술에서 묻어 있던 괴로움의 말들이 지금은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보냈던 괴로움 때문에 그대가 불행해진다면, 나는 그대에게 옮아온 그리움 때문에 불행할 것입니다. 내게서 떠나 그대에게로 옮아간 괴로움, 잘 이겨내고 계시지요. 그대에게서 옮아온 그리움, 이제 많이 지워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대에게 보낸 괴로움으로, 나는 그대에게 옮아온 그리움으로 삶을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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