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할머니의 추모예배가 있었다. 아빠가 12살에 막내삼촌을 낳고 3일 만에 눈을 감으신 할머니. 할머니 나이 32살이셨다.
오래된 흑백사진이 장식장 위에 올려지고 아빠가 금방 사 오신 케이크가 사진 앞에 놓여졌다. 아빠는 항상 케이크를 사 놓으신다. 놓으시면서 하시는 말씀도 항상 같다.
‘그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어렸을 땐 그게 너무 이상했다.
‘꽃도 아니고 초도 아니고 케이크라니…….’
근데 지금은 그런 아빠의 모습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본다. 시간이 간다는 건 그래서 참 무섭다. 너무나 분명히 정해진 -탄생 후에 죽음- 것이 있기에 잊고 살다가도 이런 날이면 꼭 그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다.
테이블에 가족들이 성경책을 갖고 모였다. 근데 한 가지가 작년과 좀 달랐다. 오빠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새 식구. 일하느라 힘들었을텐데 고마웠다.
추모예배가 끝나고 엄마가 하루 종일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들을 같이 나누었다.
“닮았어요.”
예비 새 언니가 나를 쳐다보고 할머니의 사진을 다시 쳐다보면서 말을 보탠다.
“정미언니(나보다 나이가 적다^^;;)랑 닮았어요.”
“아! 고모들도 그런 얘기 하긴 해요. 난 그냥 식구들끼리 하는 말이거니 했는데…….”
“아니에요. 정말 닮았어요. 얼굴선이랑 입술은 똑같은데요.”
고모들이 그런 말을 했을 때는 그냥 하는 말이거니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서 같은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묘했다.
“그래,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지? 어떻게들 그렇게 닮는지 몰라.”
엄마가 웃으시면서 할머니를 아빠를 나를 차례로 보신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머니.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분도 내 뿌리의 한 부분이시다.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이 참 듣기 좋았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고향에서 제일가는 미인이셨다고 매일 자랑하시던데, 역시 지금의 내 미모는 그럼 할머니에게서 온 거였군. 하하하하. 근데 뭐야? 나 왜 여태 혼자인거야?”
“미의 기준이 바뀌었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하루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우리 오빠. 제발 뒤에 말은 하지 말아 줘.
“살부터 좀 빼라.”
역시……. 결론은 그거였군.
오빠의 핀잔에 오버하면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뭐 좋았다. 새 식구도 늘고 맛있는 밥도 먹고 바람도 선선하고. 무엇보다도 마음 한 구석이 아주 따뜻했다. 감사했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다음부터는 케이크 제가 사다 드릴게요. 옆에 꽃이랑 초도 놓아드리고요.’
웃고 있는 식구들 사이로 보이는 할머니 얼굴. 너무나 뵙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