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무실에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각각 노조부위원장 후보와 노조위원장 후보가 다녀갔다. 사실 난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새로운 노조의 출범’이나 ‘선거’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라인’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실감한 바가 있다.
옆에서 같이 일하는 언니의 말인 즉, 오전에 다녀간 노조 부위원장 후보와 오후에 다녀간 노조위원장 후보는 각각 다른 ‘라인’이라며 어느 ‘라인’에 서있느냐에 따라서 선거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노조 위원장이 당선되면 자동으로 그 '라인'에 선 사람이 부위원장이 되기 때문에 부위원장의 경우 결국 중요한 건 '라인(줄)'이라고 했다.
그 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말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라인’이라는 것이 나와도 상관이 있었다. 그것도 같은 날인 오늘!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근무시간에 아파서 거의 일을 못하고 휴게실에 누워 있다가 퇴근했다. 평상시에 그 동료와 친한 과장님(참고로 여자다.) “약은 먹었니? 그냥 집에 가서 쉬어라”하시며 걱정의 말도 하고 업무에 관해서 뭐라 탓하는 내색이 전혀 없으시다. 물론 아랫사람이 아프니까 그런 상사의 태도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어제 밤부터 줄곧 감기 때문에 아팠던 나는 오늘 회사에서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일했다. 점심시간에 병원에 다녀오려던 것도 센터장님과 갑자기 잡힌 점심 약속 때문에 쌍화탕 하나 먹고는 퇴근 시간까지 다시 쉬지 않고 일했다. 그리고 퇴근 시간에 맞춰서 다른 날보다 조금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감기 때문에 병원에 좀 들렸다 집에 가야겠어요, 과장님. 오늘은 조금 일찍 갈게요.”라고 말했다. 사실 일찍 가는 것도 아니다.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앞서 언급한 동료는 이미 퇴근한 후였다. 그런데 과장님 말씀은 너무 달랐다. “그래”나 “빨리 가봐. 병원 문 닫겠다.”가 아니라 “너는 매일 감기냐?”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크게 마음 상해할 일도 아닌데 전에 동료 일과 너무 다른 태도에 속이 조금 상했다.
그리고 병원에 가는 길 내내 그 ‘라인’이 생각났다.
‘아! 라인! 이런 게 라인이구나. 아마 난 과장님 라인이 아닌가보다.’
그런데 조금 걱정이다. 앞으로도 그 라인에 들기는 조금 어려울 성 싶다. 이유는? 과장님이 생각하시는 '라인'의 기준이 나랑 조금 다른 것 같다. 위에 후보들도 결국 그게 틀려서 각각 다른 라인에 선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술을 잘 못 마신다. 아마 이게 과장님 '라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일 텐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