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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와 카바리아나무와 스모호 추장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3
손춘익 지음, 송수정 그림 / 다림 / 2004년 3월
평점 :
도도새 깃털 하나 내 등 뒤에 숨어 실고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난 검은 눈에 인디언 소녀 되어 카바리아나무 그늘에 누워서는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내일인냥 그렇게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고 싶은데.
그러면 뭐하나? 스모호 추장도 없는데.
세상 천지에 누가 내게 무슨 꿈꾸었냐며 날 맞아주겠는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난 카바리아나무 되어 무성한 잎 자랑하며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내일인냥 그렇게 매일매일 도도새 부르련만.
그러면 뭐하나? 사냥꾼 천지인데.
이미 핏빛으로 물든 눈에 그 고운 네 빛깔이 꿈엔들 보이겠는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난 날개 활짝 핀 도도새 되어 카바리아나무에 고개를 들고 앉아서는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내일인냥 그렇게 하루하루 날이 가는 애기하련만은.
그러면 뭐하나? 할 애기가 없는데.
끝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누구를 만났다고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그래도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차라리 단 한번 부는 떠돌이 바람 되어
카바리아나무 향기담은 도도새 깃털하나 내 등 뒤에 숨어 실고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내일인냥 그렇게 기다리고 그렇게 눈 못 감는
스모호추장 누운 자리 물어물어 찾아가련만
그러면 뭐하나? 달랑 깃털 하나
그거라도 다른 이가 모른 척 밝고 가면
그러면 어이하나 난 떠돌이 바람인 걸.
다시 떠돌다가 어느 때 어느 세월에 그 때 그 자리로 마지막 도도새 깃털 하나를
수모호 추장 가슴 위로 올려주고 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