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친구 자꾸 오라고 조르고선 정작 옆에 두고 잘 해주지도 못한 채 그냥 다시 보내게 됐다.
다시 볼 건 분명하지만 언젠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애가 끊는다.
늦은 저녁, 미리 준비했던 책 두 권을 친구네 집 방 바닥에 꺼내놓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라고 우리말 그리울 때 옆에 두고 보라고 주러리 주저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친구가 두 개의 봉투를 건넸다.
하나는 나에게 쓴 편지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좀 있으면 결혼하는 우리 오빠의 축의금이었다.
"가고 싶었는데 못 가게 됐네. 오빠한테 꼭 전해줘."
이럴 때 사람의 말이라는 게 얼마나 짧던가!
'고맙다'라는 말도 그 순간에 너무 가볍게 느껴졌을 뿐이다.
현관 불빛 > 엘리베이터 > 단지 앞 > 따듯한 포옹 > 바람에 날리는 낙엽 > 신호등 > 다시 단지 앞 > 엘리베이터 > 내 방
내 방 불빛 아래서 아까 미쳐 보지 못했던 봉투 위에 글자가 자세히 들어온다.
다정히 부른 우리오빠 이름 아래 축하와 축복의 내용이 가득 담긴 짧은 메시지.
그 순간 난 결국 울고 말았다.
내일 부는 가을 바람은 오늘보다 훨씬 더 많이 추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