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이다. 단 하루 차이로 활짝 열어 놓고 자던 모든 문이 다 닫혔다. 하루만에…….단 하루 만에 저녁바람은 후덥지근한 여름 열기를 몰아냈다.
머리를 자르고 새로 산 귀걸이를 하고 좋은 공연에 지난 간 옛 노래를 들어도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아마도 내 마음은 알았나 보다. 이미 서늘해진 밤공기에 창문이 닫히기도 전, 가을이 온다는 걸.
그래서 미리 허리까지 오르던 머리칼을 단발로 자르고 키 높이만큼 쌓인 CD들 속에서 아주 오래된 음반들을 다시 꺼내 방에 가져다 놓고 여름세일을 핑계로 짧은 치마며 액세서리들을 사게 만들었나 보다. 준비하라고. 가을이라고. 아플거라고. 하지만 좀 덜 아파보라고. 그렇게 무의식중에 스스로 보호색을 입혔건만 효과가 없다.
‘괜찮을거야. 매번 잘 넘겼으니까. 이번에도 …… 그래 이번에도 잘 넘어갈거야.’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듯 주문을 외워보지만 자꾸 눈앞이 흐려진다. <Misty>처럼.
휴~~~.
아무래도 Ella를 그만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