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시작 된 휴가. 2박 3일 동안 혼자 이것저것 생각해 보려는 요량으로 산속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자다가 나왔다.
사방을 둘러 봐도 푸른 산과 나무뿐인 작은 집.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산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도 그 윤관을 드러냈다. 하늘도 산도 다 같은 검은 색이다. 다만 도화지에 그린 먹의 옅고 짙음이 차이나 듯 그 검은 빛이 달랐다.
첫 날은 그냥 산을 마주 하고 있었다. 산은 그냥 거기에 있었고 나도 그냥 그 너머에 마주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둘째 날, 산이 날 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날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전과는 그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그러더니 산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넌 누구니?”
너무나 난데없는 물음에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이 막히자 난 오히려 반문을 했다.
“넌 누군데?”
“난 산이지.”
다 묻기도 전에 나와 버린 답. 난 더 당황해서 ‘뭐야?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이거냐?’ 하며 ‘그럼 난 그냥 나지.’ 라고 우겨 보려다가 너무 속보는 것 같아, 그냥 침묵으로 내 답을 대신했다. 다행히 산도 날 재촉하지 않았다. 그냥 날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산을 내려온 지 이제 6시간정도. 내 눈앞에 산은 없지만 난 아직도 산이 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 그대로. 마치 내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