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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옷을 입은 우리 엄마 ㅣ 혼자서 읽을래요 9
황규섭 지음, 조현숙 그림 / 문공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엄마는 나만 미워해!”
“난 주워 온 아이일거야!”
어린 시절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거다. 엄마는 항상 나만 미워하고 야단치고 거기서 더 앞서 가면 어느새 금방이라도 진짜 엄마가 날 찾으러 올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엄마한테 혼이 많이 난 날은 ‘진짜 엄마’를 생각하면 사실 위로가 되기도 했다. 상상속의 진짜 엄마는 날 혼내지도 않고 사달라는 건 다 사주고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둔다. 얼마나 좋은가!
‘내일은 날 찾아 오실거야’ 라고 생각하면 잠자리에 들고도 속상해서 오지도 않던 잠이 어느새 스르르 찾아오곤 했다. 사실 그렇게 자고 일어 난 날은 혼났다는 사실도 잊어 먹는다. 아이였을 때 엄마와의 전쟁은 그냥 일상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었다. 하나같이 내 얘기 같아서 옛 생각에 웃기도 했지만 책의 주인공인 두리의 생각이 하도 기발하고 엉뚱하면서도 아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생각들이였기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강아지 또리의 똥꼬에 팬티를 대신해서 개망초꽃을 꽂아 주었을 때는 정말 5분 동안을 정신없이 웃었다. 아이라면 충분히 악의 없이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공감이 갔다.
‘마녀 옷을 입은 우리 엄마’는 아이와 엄마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먼저 아이들에게는 글이 누리의 시점인 1인칭으로 써져 있어서 더 큰 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충분히 감정이입을 하게 도와 둔다. 또 짧은 내용이지만 공감이 가는 소재들을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서 지루하지 않고 읽는 재미가 크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일고 나면 갑자기 엄마가 천사처럼 보이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마녀 같은 엄마라도 전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책이다. 아이의 시점에서 써져있기 때문에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아의이 지나친 장난이나 말썽 뒤에 우리가 모르는 아이의 생각이나 상상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듯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아이의 생각이나 미처 표현하지 못한 의사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의 의도이건 그렇지 않든 어른이라면 한 번 더 아이의 행동과 사고, 모두를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난 어른이라면 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엄마가 없는 아이도 없거니와 아이였던 시절이 없었던 엄마도 없다. ‘마녀 옷을 입은 우리 엄마’의 두리는 지난 시절의 나고 미래의 나의 아이며 두리의 엄마는 지난 시절 우리 엄마고 앞으로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나도 마녀처럼 보일 날이 있겠지만 더도 말고 책 속에 엄마만큼만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혼내는 그녀의 모습이 진짜 마녀 같을지언정 아이에게도 자신을 잘못을 고백하고 말 못하는 동물을 아끼며 길 위에 꽃 이름을 소중히 불러주고 가족 나들이 때 정성껏 김밥을 싸는 엄마. 그림 속에 엄마는 진짜 마녀 같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