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나막신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1940년대 일본 도쿄의 혼마찌. 다닥다닥 붙어진 나가야 집들에서 일본 사람들과 조선 사람들이 합께 살아간다. 가끔은 어른들도, 또 아이들도 일본사람이네 조선사람이네 편을 갈라 싸우기도 하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다.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하늘 아래서 하루하루의 끼니와 안전을 걱정하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들을 고달프게 하는 것은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나 자식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이고 또 가난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이웃을 손 놓고 보내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온전한 정신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을 놓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더 치열하고 더 힘겹게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견디며 싸우고 있다. 어른들은 서로가 자기편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지만 아이들은 누군가가 이기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전쟁이 끝나고 가족이 무사히 돌라오기를, 또 허물어진 집을 다시 짓고 돌아온 가족과 같이 살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늘이 힘들지만 더 열심히 하루를 살고 서로의 손을 꼭 잡고는 기도한다. 에이꼬는 아픈 아버지가 건강해지기를, 하나꼬는 고아원에 혼자 두고 온 동생 스즈꼬를 찾아 같이 살기를, 준이는 조선인이면서도 일본군으로 징집된 형 걸이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내일을 기다린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논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이 사는 하루는 어른들과 같이 혹은 더 무겁고 눈물겨웠다.

  

  책을 다 읽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전쟁에서 승자는 역시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패자고 피해자일 뿐이다. 만약 책의 배경이 우리나라이고 우리 아이들만의 얘기였다며 그 사실이 이렇게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고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일본도 수많은 아버지와 자식을 잃었다. 전쟁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건 어느 한쪽만이 아니다. 이건 양쪽 다에게 비극이다. 어느 쪽으로 봐도 슬플 수밖에 없는 비극. 작가는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아이들과 우리나라아이들을 함께 살게 놓아두면서 이 사실을 가장 잘 묘사했다.

  

  준이도 하나꼬도 너무 눈물겹게 힘들었겠지만 난 이 책의 이이들에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난 항상 세계 2차 대전 때의 우리나라만을 살아왔다. 그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 책은 내게 그 시대에 다른 나라를 살게 해줬다. 그것도 일본을.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생전 안해본 생각이 들었다.  ‘일본 사람들도 많은 가족을 잃었을테니 그들에게도 전쟁은 역시 잊혀 질 수 없는 아픔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 죽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일본인들까지 생각하게 해준 것이다. 이렇게 나라대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사람을 생각게 만든 것은 역시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게 이 책을 세상에 낳아 주신 권정생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좋은 글들을 보여주시도록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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