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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상상
요람 속에서도 책을 향해 손을 뻗고 가방 안에는 옷 대신 책이 가득하고 비둘기가 머리에 있거나 짐수레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책을 읽는 책 속에 엘리자베스 브라운.
18년 만에 폭염이라는 무더운 여름, 다른 수험생들은 문제집에 코를 박고 진학과 씨름할 때 연필 대신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들고 집 앞 정거장을 이틀 연속해서 지나치고 대학에서도 화장대 위에는 화장품대신 온갖 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반경 1m 안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바짝 긴장하면서 주위 30cm 안에 항상 책을 놓아두는 것을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나. 닮았더군요. 더구나 책 앞뒤의 그림은 제가 항상 꿈꿔왔던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인데다 책장 마지막 그림, 책 위에서 웃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제 인터넷 카페 이름 ‘책 위에서 자는 고양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저보다 훨씬 멋있는 사람이더군요. 오로지 관심사는 책 밖에 없었던 그녀의 책들이 가방을 채우고 방을 채우고 거실과 부엌마저 채우고 더 이상 단 한권의 책도 놓아둘 수 없었을 때 그녀는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책들을 도서관에 헌납합니다. 그건 그녀가 가진 전 재산이기도 했는데……. 저 같으면 사실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 쌓여있는 책들만 봐도 배가 부르면서도 이상하게 더 갖고 싶은 허기를 느끼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판단은 옮았습니다. 그녀는 그녀가 소중히 여겼던 책들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었고 또 더 많은 책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으니까요. 여전히 책을 읽으며 거리를 거니는 그녀의 등 뒤로 나무그늘 아래서 그녀가 재미있게 읽었을 지도 모르는 책 하나를 열심히 읽고 있는 소녀가 보입니다. 숨어있는 것처럼 왼쪽에 자그맣게 그녀 진 소녀를 발견했을 때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림자체가 강렬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옅은 색채와 스케치하듯 이어지는 선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책장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 첫 장과 같은 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그 책장 아래서 보이지는 않지만 큰 쿠션을 베개 삼아 카푸치노 한 잔을 놓고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